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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정'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박혜령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
김철홍(평론가) 2020-10-06

방랑식객임지호 셰프가 길을 떠난다. “세상에 쓰지 못할 거 하나도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의 식재료를 통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어왔고, 그런 특징이 그를 국내외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밥정>은 임지호 셰프의 방랑을 따라간다. 그의 방랑은 그러나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건 식재료를 찾아 바닷마을과 깊은 산속을 떠돌던 그가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어르신들에게 반드시 직접 요리한 식사 한끼를 대접하고야 말기 때문이다. 임지호 셰프에게 친어머니와 양어머니에 관한 애틋한 사연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가 방랑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헤아려볼 수 있게 될 때쯤, 임 셰프는 지리산에 살고 있는 88살 김순규 할머니를 만난다. 그리고 할머니를 자신의 세 번째 어머니로 모시기 시작한다.

<밥정>은 지상파 방송에서 <인간극장>을 포함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해온 박혜령 감독의 첫 영화 연출작이다. 영화는 ‘정’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임 셰프가 요리하는 모습과 그 요리를 받아든 사람들의 표정을 통해 그려낸다. 담백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은 임 셰프의 요리 철학과 맞닿아 있다. 그런 그가 마지막에 108첩의 음식을 장만하는 모습에선 초인적인 면모가 느껴지기까지 한다. 제11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이며 제6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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