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을 읽어도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책이 <어린 왕자>다. 재미있어서, 짧아서, 그림 구경하느라고. MD 상품으로도 만들어지는 <어린 왕자>가 작은 변신을 했다. 민혜숙의 자수가 더해진 <어린 왕자> 자수 그림책이다. 메이크업을 공부하러 프랑스로 유학 갔다가 자수를 만나게 되었다는 민혜숙은 2년 반 동안 이 책에 실린 자수 작업을 했다. 이경혜 작가는 책의 본문을 그림책에 맞게 썼다. 보아구렁이 그림에, 어린 왕자의 행성을 발견한 터키 학자 이야기에, 어린 왕자가 B612를 떠나 떠돌던 시절 방문한 행성들에, 여우에 멈춰 서 한참을 골몰하게 만든다. 글이 많지도 않은데.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를 연상시키는 비행기 조종사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는 어린 시절 보아구렁이 그림을 그렸는데 어른들은 그림을 보고는 모자라고 한다. 단 한번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을 알아본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그는 비행기 불시착으로 사막에 내리게 됐는데, 거기서 양을 그려달라는 어린아이를 만난다. 그냥 대충 보아 구렁이 그림을 그려주자, 아이는 정확히 알아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어디서 왔는지, 왜 지구에 오게 됐는지 듣게 된다. <어린 왕자>를 읽다 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어느새 전부 숫자로 이루어진 것들임을 깨닫게 되고, 무엇이 관계를 특별하게 만드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시선을 빼앗는 온갖 신기한 콘텐츠를 수시로 접하는 어린 독자들에게는 100년 가까이 산 이 이야기가 어떤 뜻으로 다가갈까. 어린 왕자가 있던 작은 행성인 B612에서 어린 왕자는 장미 한 송이를 가꾼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장미를. 지구에 온 어린 왕자는 장미 정원이 있다는 데 놀란다. 단 한 송이뿐이라 도도했던 장미와 똑같이 생긴 장미들이 정원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 충분히 많은 장미가 있으니 그 장미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일까. 무엇이 그만의 장미를 특별하게 만들었는지, 어린 왕자는 여우를 통해 배워간다. <어린 왕자> 자수 그림책의 굿즈는 어린 왕자, 장미, 여우 자수 브로치 3종이다. 어쩐지 아까워서 쓰기 어려울 것 같지만.
첫 만남
사막 한가운데 불쑥 나타난 그 아이는 조금도 피곤해 보이지 않았고, 길을 잃은 것 같지도 않았다.(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