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수사팀을 이끌게 된 카트리네는 경찰을 떠난 해리 홀레에게 조언을 구했다. “살인범을 잡아.”답은 짧았다. 팀의 신뢰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사건을 해결한다고 저절로 풀리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같은 질문을 하자 이번에도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다 풀려.” 카트리네는 질문을 바꾼다. “다요? 그럼 선배한테는 정확히 어떤 게 풀렸는데요? 순전히 사적인 면에서는요?” 해리의 답은, “아무것도. 하지만 방금 자네가 리더십에 관해 물었잖아”. 이 짧은 문답은 <목마름>의 주인공 해리 홀레를 잘 보여준다. 경찰(이었던) 해리 홀레. 연쇄 살인범을 잡는 데는 끝내주고 오로지 그 능력으로 동료들의 신뢰를 얻었지만 사적인 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 남자. 그랬던 해리 홀레가 달라졌다. 그는 이제 오랜 연인 라켈과 결혼해 안정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찰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순조롭다. 그런데 오슬로에서 목에 이상한 상처를 입고 죽은 사람들이 연속적으로 발견되자, 피를 마시고 쾌감을 얻는 뱀파이어병 환자 소행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리 홀레는 다시 경찰의 부름을 받는다. <목마름>의 첫 대목은 틴더 데이트 이야기로 시작한다. 틴더 앱에서는 화면을 좌우로 밀어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사람을 표시하고 매칭이 되면 신호음이 핑 하고 나는데, 상대방 핸드폰에서 울렸을 핑 소리가 혼자 사는 사람의 집 안에서 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목 이후에 벌어질 일은 상상에 맡기기로 하고, 해리 홀레는 연쇄 살인 사건의 현장이 낯익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다 보면 오슬로의 경찰들(간부부터 신참까지)을 두루 알게 됨과 동시에 오슬로의 범죄 변천사를 알게 된다. 중심이 되는 사건은 과격한 연쇄 살인이지만, 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오슬로의 약한 고리들이 드러난다. 해리 홀레 시리즈 11번째 책인 <목마름>에도 지금까지 출간된 시리즈 각 권별 주요 내용과 주요 캐릭터 일람이 실려 있다.
진범의 정체는?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게 이 사건에서 처음부터 문제였습니다. 뱀파이어병 환자들은 애초에 이런 살인을 계획할 능력이 없거든요.”(5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