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목소리만 등장하는 주인공이 이토록 강렬한 적이 있었나. 1988년 컬렉션을 시작해 2008년에 20주년 기념쇼를 마지막으로 깜짝 은퇴를 선언한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 평생 대중에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그가 차분하고 단정한 언어로 자신의 궤적을 회고한다. 보이스 내레이션과 함께 고요한 작업실의 면면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예술가의 혁신과 고독, 1970~80년대 패션쇼의 전성기를 탐미적으로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