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부터 이어져오는 별의 탄생을 읊은 노래가 있다. 우주에서 날아온 별의 씨앗을 품은 바다의 아이들이 바다에서 새로운 별을 탄생시킨다는 전설. 이 우주적인 이벤트를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탄생제라고 부른다.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는 포구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로운 소녀 루카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수족관에서 반짝이는 고래를 본 기억이 유일한 위안이던 루카에게 어느 날 신비로운 소년 소라와 우미 형제가 나타난다. 듀공과 함께 자랐다는 형제는 루카를 바다로 초대하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바다와 소통하는 바다 할머니 데데, 탄생제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 과학자들, 해양 개발의 주도권을 쥐려는 권력자들이 끼어들며 축제의 열기가 달아오른다.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한 <해수의 아이>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색된 애니메이션이다. 바다의 신비, 생명 탄생의 의미 등을 묘사한 화려한 작화와 연출은 그 자체로 바다의 경이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빼어난 영상미에 비해 이야기는 다소 압축적인 만큼 불친절해서 여러 상징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요네즈 겐시가 부른 주제가가 곧영화의 주제이자 영혼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시에 가까운 감흥을 안긴다. 환상적인 작화만큼 바람 소리, 파도 소리 등 풍성한 음향에도 공을 들였다. 연령대나 진입 장벽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그야말로 ‘세계의 탄생’, 그리고 ‘창작’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