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턴. 사진제공 SHUTTERSTOCK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이하 베니스영화제)가 코로나19 여파에도 굴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베니스영화제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9월 2일(현지시각) 개막식을 열고 영화제의 막을 올렸다. 영화제는 12일까지 예년과 동일하게 열흘간 열린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는 지난 5월 한 차례 시기를 미루며 오프라인 개최 가능성을 타진했다가 결국 포기한 만큼 베니스영화제측은 코로나19 확산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화제측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관객이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으며, 상영관에 입장할 때에는 반드시 체온을 측정해 체온이 높은 관객은 입장을 불허하고 있다. 객석은 관객 사이에 반드시 한 자리를 띄우도록 했다. 이탈리아 정부 차원의 방역도 이뤄지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수준인 미국에서 입국한 방문객의 경우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초청 손님은 적지만 안전한 영화제로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 중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베니스영화제의 초청작 수는 예년보다 줄었다. 경쟁부문 18편과 비경쟁부문 19편 등 총 72편이 초청됐으며, 한국영화 중에는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이 유일하다. 독립영화 <더 라이더>로 주목받는 신예감독으로 떠오른 뒤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감독까지 맡은 클로이 자오의 신작 <노마드랜드>가 경쟁작에 초청되었다. <노마드랜드>는 경제 위기를 겪는 미국 중년에 대한 이야기로 배우 프랜시스 맥도널드가 연기는 물론 제작에도 참여했다. 클로이 자오와 같은 젊은 감독뿐 아니라 오랜 거장들도 베니스를 찾는다.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러시아의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 이스라엘의 아모스 지타이 감독은 물론 과거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적 있는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신작도 경쟁작에 올랐다. 코로나19 시대의 풍경을 담은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피오리, 피오리, 피오리!>도 프리미어 공개된다. <피오리, 피오리, 피오리!>는 시칠리아섬을 여행하던 구아다니노 감독이 어린 시절 친구들을 불러 코로나19 팬데믹에 관해 토론을 벌이는 내용의 단편다큐멘터리다.
한편 베니스영화제 개막식에서 평생공로상인 명예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배우 틸다 스윈턴은 배우 채드윅 보스먼에 대한 애도를 표해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심사위원장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에게 “영화는 내 행복의 장소, 나의 진정한 조국”이란 수상 소감을 전한 뒤 “와칸다 포에버”를 외치며 최근 세상을 떠난 배우 채드윅 보스먼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