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되었던 이탈리아영화계의 안색이 조금씩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통행금지령이 풀리고 영화관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관객은 집 안에서의 자발적 감금에 종지부를 찍고 거리로 나오고 있으며, 팝콘과 함께 영화를 보며 행복감과 위안을 찾기도 한다. 작은 것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 코로나19가 나누어준 고마운 선물 아닐까? 딘노첸초 형제들이 감독, 각본 작업을 한 영화 <파볼라체>는 코로나19 시대에 개봉해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이탈리아 관객에게 소소한 일상을 누리는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땡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로마 변두리에 자리한 스피나체 빌라의 마당 풀장에서 아이들은 물놀이를 즐기고 어른들은 이웃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평범한 여름날을 보낸다. 카메라는 로마 시내에 입성하지 못한 열등감과 자기연민에 빠진 채 스스로를 부유하다고 믿는 빌라 사람들과 그들보다 가난해 보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좇는다. 이웃의 아내를 탐하는 남자, 아버지의 스마트폰을 뒤지는 아들, 임신한 소녀에게 사로잡힌 어린아이. 카메라의 시선은 나른하고 평화로운 일상 뒤에 숨어 있는 얼굴들을 클로즈업하며 사람들의 민낯을 좇아간다.
<파볼라체>는 다미아노, 파비오 딘노첸초 쌍둥이 형제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쌍둥이 형제는 19살 때 첫 장편영화 <충분한 땅>과 두 번째 장편 <파볼라체>의 각본 작업을 이미 마쳤다. 두 사람은 “우리 역시 로마 변두리에서 태어나서 자랐다. 우리의 시선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면서 “이 이야기는 실화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고 실화는 가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가짜 이야기는 거의 영감을 얻은 바 없다”라며 미묘한 말장난 같은 말로 <파볼라체>를 설명한다. 이탈리아영화계는 이들의 능력에서 새로운 이탈리아영화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파볼라체>는 2020년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최고의 이탈리아영화에 주는 나스트리 다르젠토의 최고영화상, 각본상 등 5개의 상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