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가 쓴 추리소설. 역사 대하소설 같은 제목의 <빛의 전쟁>은 입자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학 입문서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서적들을 써온 물리학자 이종필의 첫 장편소설이다. 광화문 세종로 사거리 이순신 장군 동상에 머리 없는 시체가 매달리는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온 나라가 떠들썩해진다. 사방팔방이 CCTV에 새벽에도 오가는 차량이 많은 광화문에서 벌어진 일이니 금방 범인을 잡을 것 같지만, 확인된 CCTV 영상에서 시체가 든 자루를 이순신 동상 앞까지 배달한 것은 드론이다. 더 끔찍한 것은 자루 속에 든 시체의 목 위가 없으며 온몸에 목공 작업할 때 쓰는 타카핀이 수천개 이상 박혀 있다는 것이다. 엽기 잔혹 살인사건에 과학 전문 기자 영란과 물리학자 성환이 참여하고, 성환은 사건에 인공지능 알고리즘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 사용됐을 거라고 추측한다. 살인사건을 강력부 형사와 물리학자, 과학 전문 기자가 함께 파헤치는 설정은 다소 어려운 과학 용어들을 독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한 인물 구성이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뉴런, 양자역학, 자동기계학습시스템과 우주가 팽창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허블상수까지 언급되며 주인공들은 종로경찰서와 인공지능연구소를 바삐 오간다. “과학과 사회와의 관계,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같은 주제들은 나를 괴롭히면서 단련시켰다. (중략) 만약 한국에서 과학이 고도로 발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의 말에 설명되어 있듯 사회를 뒤흔든 사건에 물리학이 깊이 관여하고, 과학이 악에 이용되면 결국 과학으로 해결해야 함을 보여준다. 다섯대의 드론이 시체를 배달하는 장면에서 시작해 최근 4차 산업을 주도할 인공지능을 비롯한 미래 기술들이 과학자의 시선에서 흥미롭게 등장한다. 추리보다는 과학적 사실의 비중이 더 커서 SF소설이 낯선 독자라면 나열되는 용어들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과학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학자적 고민이 소설로 발화된 결과물이다.
딥 러닝
“지금의 인공지능 붐을 일으킨 주역이죠. 인간의 신경망을 흉내낸 인공신경망을 여러 층으로 깔아둔 건데 꽤 오래전부터 있었던 기술입니다. 이게 21세기 들어선 이후 알고리즘이 개선되고 하드웨어가 좋아지고 빅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특히 이미지 인식 분야 등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지요.”(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