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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가드' 샤를리즈 테론, "능력 있고, 싸울 줄 알고, 유머가 있고"
김소미 2020-07-16

사진제공 토머스 화이트사이드, 트렁크 아카이브, 넷플릭스

7월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올드 가드>는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 이전에 제작부터 결심한 영화다. <몬스터> <아토믹 블론드> <툴리> <롱 샷>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이하 <밤쉘>) 등 제작자로서도 개성 있는 안목을 증명하고있는 그답게 불멸의 전사들을 다룬 그레그 러카의 유명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에도 즉각 반응했다. 이후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주효했던 것은 수백년 동안 영생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해온 여성 전사 앤디(샤를리즈 테론)의 특출난 카리스마였다. 어떤 치명상에도 금세 회복하는 슈퍼히어로들의 리더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은, 이번 영화에서 온갖 전법과 무기에 능한 액션 스타의 진면모를 과시한다. 캐스팅 과정부터 후속작 계획에 이르기까지 자신감으로 넘쳤던 샤를리즈 테론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올드 가드>의 그래픽노블 속 어떤 요소들이 작품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나.

=처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무렵 가장 먼저 원작 만화부터 찾아봤다.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가질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고 영화로 잘 만들 수 있겠다는 믿음이 가더라. 뭐랄까, 보다 근원적인 테마를 지닌 이야기에 대한 내 욕구를 자극했던 작품이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혹은 우리는 뭘 하고 있고,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의 행동은 세상을 바꾸고 있는가, 같은 질문들. <올드 가드>는 슈퍼히어로 장르를 빌려 존재론적인 물음과 씨름한다.

-배우는 물론 제작자로서도 꽤 도전적인 선택을 즐기는 것 같다.

=언제나 나를 놀라게 하는 작품들을 택하려고 노력하는데 <올드 가드>에 그런 요소가 있었다. 항상 다른 것에 끌린다. <밤쉘> 같은 비교적 소규모 영화를 찍는 것도 좋아하고 <올드 가드> 같은 블록버스터도,코미디 장르도 모두 즐겁다. 필모그래피가 꽤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텔링을 지닌 영화들로 채워져 있는데, 아마도 약간은 쉽게 싫증내는 성향이 작용한 것 같다. (웃음)

-겉보기엔 보통 사람들과 똑같은, 그러나 수백년간 불멸의 삶을 살아온 인물은 그 감정의 농도나 진폭도 우리가 헤아릴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한 부분인데.

=개인적인 경험에서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보니 어려운 지점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확신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염려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요즘 같은 코로나19 시대는 더욱더 그러하다. 사회적 불평등, 경찰의 무자비함은 또 어떠한가…. 인류는 늘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왔기 때문에, 지나치게 긴 삶을 관통해온 앤디가 가진 피로나 냉소주의에 관객이 쉽게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어느 시점엔가 삶에 회의를 갖기 마련이다. 인류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앤디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앤디가 그저 몇 천년을 산 환상의 인물로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했다.

-이야기한 것처럼 앤디는 공허함으로 지쳐 있다가, 신참인 나일(키키 레인)에게 불멸의 의미와 대가를 깨우쳐주며 활기를 되찾는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두 인물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한 사람은 자신이 잃어버린 그간 스쳐 지나온 긴 삶을 애도하고 있고, 다른 한명은 새로운 삶을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지점에 있다. 두 인물은 서로가 없이는 각자의 삶에서 더 나아갈 수가 없다. 굉장히 강력한 관계이고, 우리 현실에서 아직도 자세히 다루지 않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들이 서로 그런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믿기를 바라는 세상 속에 살아왔는데, 사실이 아니지 않나. 이런 관계가 남성들 사이에서만 가능하고 여성은 할 수 없다는 뿌리 깊은 편견이 남성 중심 장르에서 강화되어왔다. 하지만 이젠 <올드 가드>를 비롯해 다른 여러 영화를 통해 거짓으로 증명된 지 오래다. 사람들이 여성 캐릭터가 이런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는 욕구도 확인됐다.

-앤디와 나일 외에도 과거의 비밀과 관련된 인물인 퀸(베로니카 응고)도 여성이다. 앤디가 이끄는 불멸의 전사들은 성비상 남자 수가 더 많지만 중심 플롯을 이끄는 인물은 모두 여성이고 세 인물의 인종적 다양성도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지더라.

=우선 키키 레인, 베로니카 응고 두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 큰 행운이었다. 만약 후속편을 제작한다면 궁극적으로 세 여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도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면 좋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요소다. 퀸은 특히 오디션 과정에서 역할에 딱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나까지 불면증을 겪을 지경이었는데 처음 베로니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드디어 찾은 것 같아! 할 마음이 있는지 당장 연락해보자!’ 싶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베로니카가 온 마음을 다해 함께해줬다. 꼭 후속작을 만들어서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 키키와 베로니카에게도 이미 약속했다.

-패티 젠킨스, 캐시 얀, 애나 보든 등 슈퍼히어로물에서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차츰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번 영화에선 <블랙버드>를 연출한 지나 프린스 바이스우드 감독이 합류했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산업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반가운 현상이다. 모든 제작 스튜디오와 회사들, 스트리밍 회사들은 말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여성감독을 기용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여전히 만연한 것이 자명한 분야이지만 여성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부분에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분명히 있다. 우리는 여성감독을 지지하고, 또 이번에 의상감독을 포함해서 능력 있는 사람들을 새롭게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으로 동료들을 맞이했다. 늘 일을 주던 사람들에게 관행적으로 일을 주는 게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신인 발굴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동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아토믹 블론드> <롱샷>, 그리고 <올드 가드>까지 단순히 주연작의 의미를 넘어 권력과 유능함, 카리스마의 우위를 점한 여성 인물을 연기해온 점이 인상적이다.

=여성이 가진 잠재력을 충분히 탐구하는 작품 중에서 의외성이 있는 영화들에 주목한다. 유리천장에 도전함으로써 여성들도 동일하게 능력 있고, 싸울 줄 알고, 유머가 있고, <롱 샷>에서처럼 주로 남성들이 맡은 역할(대통령)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영화에 참여할 것이다. 스토리가 무엇이든 간에 여성 캐릭터에 대해 이런 접근을 하지 않는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기 어려울 것 같다. 한마디로, 오늘날 세상 속의 여성들을 반영한 작품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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