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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조 택시강도>와 <자유>
2002-05-11

동시대의 영화들 @ 전주

올란도 루버트와 <삼인조 택시강도>

올란도 루버트는 아옌데가 집권하던 시절 칠레에서 본격적인 영화작업을 시작했다. 아옌데 정권은 세계에서 최초로 선거를 통해 수립된, 시대의 희망이 집결됐던 정권.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영화인뿐 아니라 모든 예술인이 아옌데에게 열광했다”고 말하는 루버트는, 아옌데가 군부에 살해된 뒤 작업중이던 노동운동 다큐멘터리를 들고 망명길에 올랐다. 이번 전주영화제를 찾은 <삼인조 택시강도>는 루버트가 오랜 객지생활을 청산하고 칠레로 돌아와 만든 첫 장편이자 그의 세 번째 영화이기도 하다.

<삼인조 택시강도>는 말 그대로 택시를 타고 강도행각을 벌이며 돌아다니는 세 남자의 이야기다. 택시기사 율리시스는 성실하게 살면서 할부금을 갚고 싶지만 협박에 못 이겨 강도질에 동참한다. 그러나 차츰 액수가 커지면서, 율리시스는 한꺼번에 할부금을 갚고 편안히 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역설적인 것은 나머지 두 강도가 율리시스의 집에 숨어 살다가 개심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율리시스는 하루빨리 강도질에 나설 것을 종용하지만 두 남자는 난생처음 죄의식을 느끼고 만다.

<삼인조 택시강도>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을 감상이나 동정없이 건조하게 전달하는 영화다. 루버트는 20년 동안 칠레를 떠나 있었지만, 돌아와 영화를 만들기까지 6년을 기다리며 칠레의 공기를 호흡했다. 아마 그 기다림이 <삼인조 택시강도>의 무자비하면서도 마음 아플 정도로 설득력 있는 결말을 이끌어낸 동력이었을 것이다. 관객 역시 이 영화에 깊이 공감해 <삼인조 택시강도>는 2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리산드로 알론소와 <자유>

리산드로 알론소는 자기 소개를 부탁하는 프로그래머에게 “내세울 만한 필모그래피가 전혀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 답은 겸손이 아니라 진실이다. 1975년생인 알론소는 2001년 영화 한편의 조감독을 했을 뿐 영화학교 졸업장이나 시나리오 경력도 없다. 그처럼 초보인 알론소는 11만달러짜리 데뷔작 <자유>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협회 ‘특별한 언급’을 수상했고, 칸영화제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정말 우연히 만든 영화지만, 그는 다섯장의 시나리오에 따른 9일간의 촬영에 앞서, 8개월간 사전작업을 하는 치밀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80분이 채 안 되는 <자유>는 숲 속에서 혼자 일하는 벌목공 미주엘의 일상을 가공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나무를 베고, 그 나무를 시내로 나른다. 그의 삶은 결코 목가적이지 않다. 그는 혼자 밥 먹기가 심심한 듯 라디오로 노래를 듣는다. 트럭을 사용하고 작은 위안인 것처럼 콜라를 마신다. 그러나 <자유>는 외부 사람들이 결코 짐작하지 못할 아르헨티나 어떤 곳의 풍경을 통해 진실의 힘이 무엇인지를 전달하려 한다. 스물여섯 젊은이가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끈기있는 <자유>는 남미영화의 현재를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 미국독립영화계의 대모 크리스틴 바숑, 7문7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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