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cm의 큰 키에 웃으면 동그랗게 볼록해지는 볼. 영화 <침입자>에서 위태로워 보이는 서진(김무열)의 아내 수정을 연기한 배우 임선우는 카메라 밖에서 시종일관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골똘히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럴 때면 도톰한 그의 볼살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 초반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되어 극의 분위기를 잡고, 클라이맥스에서 비밀을 지닌 캐릭터로서 확실히 제 역할을 했던 수정과 달리 실제 모습은 귀엽고 매력적이다. 긴 대화의 끝에 “한 작품 한 작품 겸손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그에게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다.

-연기하기 전에 회사를 다녔다고 들었다.

=한 회사에서 4년 정도 일했다. 회사 다니면서 연기를 배웠는데 연기가 너무 재밌고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고민하면서 다니다가 결국 그만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에 입학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연기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내게 주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건 언제 알았나.

=원래 공상을 많이 했다. 주변에 연기하는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내 삶은 연기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늘 연기가 궁금했다.

-재학 시절 한·중 합작 영화 <So Sad>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는데 연기에 대한 화답처럼 느껴졌을 것 같다.

=물론 영화제에 가면 좋지만, 좋은 감독들과의 만남에서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되겠다고 느끼는 편인 것 같다. 만나야 했던 연출들을 만나왔던 듯하다. 편집 강의 등 영상원 수업도 들었는데, 서사의 재미나 캐스팅 여부를 떠나서 한편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또 그것이 영화로 완성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의 경험이 이후 나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허스토리>에서는 일어 통역사 연기를 맡기도 했는데 원래 외국어를 잘하나.

=중어중문학을 전공했고 중국에서 중국정치를 공부하기도 했다. 회사에 다닐 때도 중국과 관련된 일을 했었다.

-그동안 독립영화 작품들을 많이 했다.

=다 세어보진 않았는데 10편이 넘는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웃음) 100편씩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침입자>의 수정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지난해 1월 2차 오디션 당시 제작사인 BA엔터테인먼트에서 손원평 감독과 만나 굉장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간들이 특별했고 캐스팅되든 안되든 고마웠다. 전화를 받기까지 2주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다른 단편영화를 찍으면서도 순간순간 <침입자> 생각이 났다. 일주일이면 결과가 난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캐스팅 전화를 받았다. 정말 기뻤다. 전화를 끊고 나니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한편의 상업영화에 정식으로 참여하는 느낌이 좋았다.

-3월 개봉예정이었던 <침입자>가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개봉을 연기했다. 스크린에서 보길 기다렸을 것 같다.

=우선 개봉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어려운 시기에 <침입자>가 개봉하면서 다른 영화들도 개봉하기 시작했다. 난관 속에서 포문을 열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제작진이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개봉했는지 잘 알고 있다. 시작하는 배우로서 많이 배웠다.

-앞으로 어떤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나.

=100명의 배우가 있으면 100개의 연기가 있으며 내게는 나의 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의 결을 잘 알고 그걸 잘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연출과의 협업이 가장 기대된다. 내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 그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연출과 함께한다면 그게 어떤 역할이든 즐거운 도전일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2020 <침입자> 2019 <뺑반> 2019 <우린 같이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어> 2019 <아쿠아마린> 2019 <우리는 서로에게> 2019 <기로> 2019 <거미> 2019 <코> 2018 <허스토리> 2017 <더 테이블> 2017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 2017 <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