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독일에서도 굵직굵직한 두 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5월13일부터 18일까지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가, 5월 6일부터 24일까지 뮌헨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렸다. 올해 제66회 오버하우젠국제단편영화제는 6일간 350편의 단편영화를 선보였다. 이 기간 동안 매일 총 48시간 분량의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단편영화제다. 설립 취지에 걸맞게 그해 가장 실험적이고 기발한 작품들이 출품된다. 정식 명칭은‘오버하우젠 단편영화의 날’이다. 1962년 서독의 젊은 감독 26명이 ‘낡은 영화계의 관례를 타파하고 영화계를 쇄신하겠다’ 는 오버하우젠 선언을 발표한 후 시작되었다. 선언을 주도한 감독들이 뉴 저먼 시네마의 물꼬를 텄다. 로만 폴란스키, 아녜스 바르다 같은 걸출한 감독들이 이 영화제를 거쳐갔다. 올해 대상은 미국 린 삭스 감독의 <어 먼스 오브 싱글 프레임스>에 돌아갔다. 삭스 감독은 2019년 타계한 퀴어영화의 선구자 바버라 해머가 1998년 바닷가에서 찍은 영상과 자신이 직접 찍은 영상을 편집해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두 사람이 어떻게 감정적으로 연결되는지를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영상을 통해 경험하게 해줬다.
한편 뮌헨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1985년 바이에른 다큐멘터리영화 공동체가 다큐멘터리의 대중화를 목적으로 설립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지만 기본 취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총 7만5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이 영화제의 평균 관객수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관객과의 대화는 채팅방에서 이뤄졌다. 총 42개국 121편의 영화를 선보였는데, 최근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비견할 만큼 여성 캐릭터가 강세를 보인 것도 이번 영화제의 한 특징이었다. 관객이 뽑은 10편 중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대다수였다. 여성감독 비율도 46.6%에 이르렀고,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감독들이 경쟁부문에서 수상했다. 올해 최고상은 가족 이야기를 다룬 루마니아 리포터 라두 치노니치의 <아카사, 마이 홈>에 돌아갔다.
이번 뮌헨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또 하나 특기할 점은 기술적으로 놀라울 만큼 안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집행위원장 다니엘 슈폰젤은 “영화제 느낌이 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티켓 판매액의 51%는 영화제에 상영관을 내준 파트너 극장들에 기부된다. 슈폰젤은 “온라인 영화제가 성황일수록 온라인 영화 상영이 공동 영화 체험이자 만남의 장소인 영화관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미래의 영화제에 대해 ‘혼종 영화제’라는 용어를 썼다. 디지털과 현장 영화제가 섞인 모습이 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