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에 다녀왔다. 무관객 영화제로 운영된 전주를 찾은 건 <씨네21> 온라인 공식 데일리 진행과 더불어 올해 전주영화제 한국경쟁부문의 심사를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년 만에 찾은 전주 영화의 거리는 예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관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고, 전주 돔이 위치했던 페스티벌 구역은 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나는 관객이 사라진 자리에서 5일간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된 11편의 장편영화를 보았다.
심사위원 일정표에는 ‘상영 30분 전 도착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강조되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극장으로 입장할 때마다 심사위원들은 간격을 맞춰 줄을 선 뒤 손소독제를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 체온을 체크했다. 이 모든 절차를 마친 뒤 좌석표를 배부받고, 영화제가 준비한 방역 키트를 소지한 채로 극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심사위원과 영화 관계자들이 앉는 좌석에는 한 자리 건너 착석을 금하는 주황색 띠가 둘러져 있었는데, 완벽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기 위한 영화제측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상영이 끝나면 스탭의 안내에 따라 극장에서 영화를 본 모두가 방역 키트에 담긴 소독제와 티슈로 좌석의 팔걸이를 닦고 퇴장했다. 단언컨대, 극장에서 목격한 전주영화제의 방역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만약 영화제 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극장이 아닌 다른 곳일 거라고 확신할 만큼.
그러나 올해의 전주영화제는 무관객 영화제로서의 한계 또한 분명했다. 감독들이 어렵게 만든 장편영화를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자리에는 심사위원들의 작은 박수 소리만이 존재했다. 함께 경쟁부문 심사를 맡은 정재은 감독은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볼 때 쏟아지는 박수 소리, 거리에서 영화 잘 봤다며 우연히 인사를 건네는 관객의 피드백이야말로 영화제를 찾는 창작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며 관객과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상황 속에서 영화를 상영했던 올해 경쟁부문 감독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온라인 데일리 취재를 위해 한국경쟁부문의 모든 감독들을 만난 김성훈, 배동미, 조현나 기자 또한 취재 과정에서 감독들이 가장 간절하게 바랐던 건 영화에 대한 피드백이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된 관객들 또한 아쉽기는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은 영화제에서 직접 관람하고 감독과 배우까지 만난 영화에 느끼는 유대감은 온라인 상영이 결코 만회할 수 없는 무엇이다. 창작자와 관객이 대면한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상호적인 에너지의 부재가 영화제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올해의 전주영화제를 경험하고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온라인 영화제 개최를 고민하고 있는 영화제 관계자들이 반드시 심도 깊게 논의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전주영화제를 웨이브로 관람한 독자 여러분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남겨주었으면 한다. 개인 SNS든, 블로그든, 홈페이지든 관계없다. 그것이야말로 지금 어디에선가 당신의 피드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감독들을 위한 최선의 응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