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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IP 전쟁의 서막
장영엽 2020-05-29

지난 5월 27일, SF웹툰 <승리호>가 카카오페이지와 다음웹툰 플랫폼에서 공개됐다. 무료로 공개된 3편의 에피소드는 이틀 만에 39만뷰(카카오페이지)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웹툰 <승리호>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영화 투자·배급사 관계자들로부터 ‘2020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손꼽혔던 조성희 감독의 영화 <승리호>와 세계관과 캐릭터를 공유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동안 <신과 함께> <강철비>와 같이 인기 웹툰이 영화화되는 사례는 적지 않았어도 영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웹툰이 제작되는 사례는 드물었고, 그마저도 영화의 프리퀄이나 후일담을 다루는 선형적인 서사구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되 “40%는 재창조된 스토리” (웹툰 <승리호>의 홍작가)를 전개하겠다는 웹툰 <승리호>의 행보가 더욱 궁금했다.

카카오페이지에 무료로 공개된 세편의 에피소드만 보려다가 어느덧 8화까지 보게 됐다. 웹툰 <승리호>는 지난 5월 초 공개된 영화 <승리호>가 예고편 영상에서 맛보기로 보여준 인물들을 보다 긴 호흡으로 소개하고 있다. 2092년을 배경으로 ‘인류의 마지막 낙원’이라 불리는 콜로니의 천재 조종사 태호가 밀수꾼을 쫓다가 우연히 목격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신이 속했던 세계의 실상을 깨닫고 승리호의 멤버들과 인연을 맺게 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무국적 공간과 캐릭터,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스타워즈>와 <헝거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서사의 스케일이 국내 관객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노리는 웹툰의 야심을 실감하게 했다. 영화의 러닝타임에 담을 수 없는 캐릭터의 전사를 웹툰으로 미리 학습한 관객이라면 영화 <승리호>가 개봉할 때쯤 이미 자신이 애정하는 캐릭터를 각자 마음에 품은 채로 영화를 관람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의 관람 경험을 제공할 <승리호>의 협업 과정에는 수익구조의 다각화를 고심하는 콘텐츠 업계의 위기의식이 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극장 수익으로 제작비의 대부분을 보전하는 방식의 한계가 갈수록 명확해지는 영화계나, 국내 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웹툰 플랫폼의 도전은 결과적으로 제각기 존재했던 콘텐츠 산업의 플레이어들이 유연하게 협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임수연, 이주현 기자가 취재한 ‘슈퍼 IP가 온다’ 특집기사에서 이 협업의 사례를 보다 자세하게 만날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콘텐츠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기존의 비즈니스 구조가 흔들리는 지금 시대에는 포맷이 정해져 있는 영화, 드라마보다 원천 IP에 투자하는 방식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와 포맷을 통해 독립적이며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뜻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마블 스튜디오를 롤모델 삼아 ‘IP 전쟁’을 펼치는 콘텐츠 관계자들의 에피소드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고심 중인 이들에게 유의미한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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