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란 스토리가 아니라 이야기하는 방식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녜스 바르다는 1986~87년 겨울 발행된 <필름 쿼털리>에 실린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는 그가 죽는 순간까지 그의 생각과 일치한 셈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녜스 바르다의 말이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에도 유효한 말일까 궁금해진다. “스토리나 시나리오보다는 영감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 영화가 작가의 주관을 선명히 드러내는 개인의 예술활동일까, 아니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제작, 유통되는 상품일까에 대한 질문에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어쨌든 이것이 바르다의 대답이다. 1962년 3월 <포지티프>에 실린 인터뷰부터 2017년 10월 <벌처>에 실린 인터뷰까지를 묶은 <아녜스 바르다의 말>은 바르다가 얼마나 생각과 말, 작품 세계가 일치하는 삶을 살았는지를 증언하는 기록물이다. <아녜스 바르다의 말>은 페미니스트이자 여성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고 관객의 반응을 접해온 긴 시간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여성의 권리, 동일 임금, 피임 같은 이슈를 위해 싸워온 바르다는 “때론 제 작품들을 멋대로 해석해 페미니스트 딱지를 붙이기도 하고, 떼어내기도 했죠”라고 말한다. 여성의 심리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여성이 영웅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1974년에도 있었다. 그에 대한 답은, 목표를 고취시키는 데 집중하는 중국의 영화들을 예로 들며, 여성들은 각자 자신이 누구이며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쯤인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조하기로는 “영화를 보면 여성은 언제나 사랑과 연관이 있어요. (중략) 그건 반드시 바뀌어야 해요”.
<방랑자>에 대한 질문을 비롯해, 남성 인터뷰어가 던지는 여성성에 대한 (엉뚱한) 질문에 대한 문답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1970년대 초반 여성운동에 참여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게 무슨 의미죠? 저는 19살 이래로 페미니스트로 살아왔어요”라고 하고, 본인 자신 같은 여성을 영화에 담아볼 생각을 해본 적 없냐는 질문에 “저 같은 여성이 무슨 의미죠?”라고 묻는다. 아녜스 바르다가 찍은 다큐멘터리 속 아녜스 바르다의 진지하고 차분한 말투를 떠올리면, 어쩐지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아녜스 바르다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