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빵과 진저브레드라…. 역전 앞이나 호화로운 럭셔리처럼 동어반복이다. 하지만 영미 문학의 진저브레드를 생강빵으로 번역해서 읽을 때 그것은 왠지 다른 맛, 다른 음식처럼 느껴진다.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그 다를 수밖에 없는 번역의 맛에 대해 번역가가 쓴 에세이다. <빨강 머리 앤> <작은 아씨들> <하이디> <소공녀> 등 지금의 2030 여성들이 어린 시절 읽었을 명작 소설 속 음식들에 대해 설명하는 요리책이나 에세이들이 여럿 출간됐다. 아마도 ‘그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책 속 음식과 의복에 대해 이토록 할 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로망의 영역에 여전히 머물기 때문일 것이다. <빨강 머리 앤>에서 앤이 딸기술을 주스로 오인해 다이애나에게 대접한 후 다이애나 엄마로부터 앤과 절교하라는 말을 들은 에피소드를 읽고, 도대체 얼마나 달콤하기에 술인지도 모르고 두잔을 연거푸 마셨는지 그 맛이 너무 궁금했던 게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비밀의 화원>의 버터밀크(버터도 진한데 거기에 밀크라니!!), <키다리 아저씨>의 레몬캔디, <헨젤과 그레텔>에서 마녀의 과자집까지. 직접 본 적도 없고, 맛본 적은 더욱 없어서 상상의 영역에 머물렀던 책 속 디저트들은 아마도 서구에 대한 허영이 덧입혀져 더욱 로망으로 남았던 것도 같다. 번역가이기도 한 저자 김지현의 <생강빵과 진저브레드>는 그 허구의 음식들에 느꼈던 환상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어린이책 삽화 속 백인 여자아이들처럼 예쁘고 깨끗한 가난. 이제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철없는 것이었는지 안다. 그리고 검은 빵의 정체가 실은 호밀빵이었다는 것도 안다.”(<하이디>-검은 빵) 어디 있을지 모를 저자와 손뼉을 마주치며 “알지 알지, 이거 알지”라고 싶은 심정으로 읽게 되는데, 동시대에 같은 책을 읽으며 같은 문장에서 군침을 삼키며 꿈의 요리를 상상했던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허영의 맛
세상에는 허영심을 품은 여자가 벌을 받아 비참해지는 내용의 소설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여자의 허영심을 죄악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드모파상의 <목걸이>도 그런 소설이다.(1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