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예술원 명예교수이자 큐레이터, 작가인 토마스 기르스트가 쓴 <세상의 모든 시간>은 ‘느리게 사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연결, 실시간 피드백의 시대에 누구나 ‘지금 당장’, ‘잠깐만’이라는 말로 시간을 쉼 없이 분절해 받아들이는 이들을 위한 쉼표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기르스트는 작가 비르지니 데팡트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즉각적인 만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가장 대표적으로 SNS 서비스의 ‘좋아요’ 기능이다), “즉각적인 만족은 인간의 심오한 행복을 방해한다. 한 가지 강렬한 감각에 예민해질수록 다른 감각에는 무뎌지게 된다”. 이런 화두는 독특하거나 드문 것이 아니다. 느린 삶을 ‘어떻게’ 생활로 끌어들일지가 사유의 특이성을 반영하게 되는데, 기르스트는 큐레이터라는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기원전 이집트의 조각상부터 보이저 1호에 실어보낸 LP레코드에 이르는 예술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예술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타임캡슐이다. 그 시대의 공기를 담아내 후대에 전달한다.
‘영원’이라는 글은 문학작품들을 경유해 다르게 보기를 시도한다. “셰익스피어, 헨리 제임스, 도스토옙스키, 조이스. 이들 모두는 순간으로부터 세계를 창조하고, 가장 작은 공간에서 무한한 것들을 창조했다.” ‘느리게 살기’라는 주제를 다룬 유럽과 북미의 책이 흔히 그러하듯 일본을 빼놓고 지나가지 않는다. ‘벚꽃’이라는 챕터인데 교토의 정원들이 가진 미학을 담았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유명한 말. 평생 단 한번뿐인 만남. 반복되지 않는 귀하고 절대적인 그 한번의 기회.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블랙 스완’ 장이다. 현대 경제학에서 논하는 시간의 가치를 담았다. ‘죽음이라는 해결 과제’는 수명이 짧은 첨단기술 회사들의 제품들 이야기를 재치 있게 풀어간다. <세상의 모든 시간>은 섣불리 지침을 제공하는 대신, 책을 읽어가며 생각하게 만들어 분주한 삶에 틈을 만들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에 대한 광신적인 열정에서 모든 개인적, 사회적인 불행이 발생한다. 니체도 비슷한 위험을 감지했다. “우리는 성급하고 외설적이며 땀에 젖은 의지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끝내’버리기를 원하는 ‘노동’의 세상 한가운데에 살고 있다.”(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