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더릭 와이즈먼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뉴욕공공도서관(NYPL)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는 리처드 도킨스를 필두로 수많은 지식인, 유명인이 등장하지만 모두가 이름 자막 없이 등장하고, 누구나 상황에 필요한 만큼의 분량을 받는다. 모두가 중요하다보니 3시간 26분이나 되는 이 다큐멘터리의 초반에는 도서관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용객으로 추정되는 이의 전화를 받는 장면이 있다. 수화기 너머에서 무슨 질문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원은 “유니콘은 상상의 산물입니다. 실재하는 동물이 아니라고요”라고 한다. 아니 그걸 물어봐야 안단 말인가 싶은 동시에, 그런 질문을 해도 된단 말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은 75년 전부터 뉴욕공공도서관에서 기록으로 보관해온 이용자의 질문지 중에서 가장 특이하고 재미있고 엉뚱한 106가지를 모은 책이다. 뉴욕공공도서관은 정보와 자료의 무료 이용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그 수만큼 궁금한 것이 다양한데, 194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도서관 정리 카드에 작성된 질문지들은 그러한 호기심의 결과다. “1920년대에는 낙타 털 깎는 법을 알고 싶으면 도서관에서 설명을 들었고, 14세기 코르셋의 생김이 궁금하면 도서관에서 인쇄물의 위치를 안내받았습니다. 1956년에 도서관에 전화를 건 한 교사는 1888년에 체결된 수에즈 조약의 가맹국이 어디인지 물었습니다.” 사서를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처럼 이용했다는 뜻이다.
이 책에 적힌 몇몇 질문들은 지금의 구글도 쉽게 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와이 춤에서 골반 동작은 무슨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나요?”(1944) “훌라 춤은 동작 하나하나가 암호화된 신성한 의례의 춤이다. 골반 동작을 글로 쓴다는 건 마치 건축을 노래로 전하는 것과 같다.” “세금과 중세음악의 관련성에 대해 알고 싶은데요?”(1949) “교회와 궁정에서 쓰인 중세음악의 작곡과 연주에 지급된 비용을 오늘날로 치면 세금이라 할 수 있음.” 그리고 정말이지 도서관다운 답변들이 있다. 아마도 과제 해결을 위해 물어봤을 이런 질문에 대한 답 말이다. “<베어울프>의 구조적 결함이 뭔가요?” (연대 미상) “<베어울프>를 분석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를 알려드립니다. <베어울프의 문체와 구조> (조앤 블롬필드).” 예술에 대해 답하기는 스스로 행할 때만 얻을 것이다. 최소한 묻기라도 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