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잡지를 사봤어요.” 창간 25주년 기념 특대호를 출간한 뒤, 적지 않은 독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이다. 10대, 20대 팬층이 두터운 김다미, 김혜준 배우가 표지를 장식한 <씨네21> 1250호는 다른 호에 비해 잡지 구독 문화에 익숙지 않은 독자들의 후기가 많았다. “잡지만의 느낌이 너무 좋다”며 종이의 질감과 긴 호흡으로 펼쳐진 기사들을 처음으로 체험한 젊은 세대 독자들의 들뜬 소감을 접하는 건 낯설지만 뿌듯한 경험이었다. <씨네21>이 누군가의 인생 첫 잡지가 된 점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젊은 세대 독자들이 잡지를 읽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데 유의미한 역할을 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
간혹 10대, 20대 관객을 만나면 <씨네21>이 영화 전문 매체라는 점은 알고 있으나 주간지인지 월간지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씁쓸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 방식을 우리가 면밀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90년대생 영화인 50명을 조명한 1250호의 ‘우리가 영화판을 바꾼다’ 기사부터 3주간 이어지게 될 <씨네21> 25주년 창간 기념 연속 특집은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번호에서는 대한민국 10대 관객의 관심사와 영화 취향을 분석하고 탐구하는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머지않아 주요 소비계층이 될 10대 영화 관객의 취향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사가 지금까지 전무했던 건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거나 부모에게 받은 용돈(현금)으로 영화를 보는 일이 잦은 10대 관객의 특성상 극장의 전산망 시스템에 집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씨네21>은 롯데컬처웍스와 함께 롯데시네마에 가입한 10대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선호하는 영화와 영화인, 영화를 소비하고 정보를 얻는 방식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48페이지부터 이어지는 684명(여자 468명, 남자 216명)의 10대 관객 이야기는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흐르다가도 불현듯 충격적이고 놀랍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관심이 많고,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며, 디지털 매체를 통해 타인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살 미만의 청소년을 뜻하는 용어)의 특성은 밀레니얼세대를 비롯한 여타의 세대와 다른 영상 콘텐츠 소비 방식을 야기한 듯하다. 좋아하는 감독, 배우군에 해외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인과 유사한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입소문과 관객수가 영화를 선택하는 데 별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10대 관객이 문화소비의 주체로 부상할 가까운 미래를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결과는 ‘신뢰하거나 참고하는 영화 전문가는 누구인가요’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영화매체로서 어떤 방향을 바라보며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 이번 특집기사는 온라인 공개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시의적절하게도 이번호 표지는 국경과 플랫폼을 넘어 근래 어떤 여자배우보다 확장된 행보를 걷고 있는 배두나 배우가 빛내주었다. 경계를 넘어서고 싶다면 먼저 낯선 곳으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씨네21> 또한 그러한 용기를 잃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