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코로나19 사태 겪는 영화계 긴급 진단, 영화인 8인 긴급 대담 1>에서 이어집니다.
최정화, 조성진, 안신영, 장원석, 정상진, 김혜준, 원동연, 신연식(왼쪽부터).
대담 참석자
안신영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
김혜준 영화진흥위원회 공정환경조성센터장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정상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회장
신연식 한국영화감독조합 이사
-정부에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하나는, 정부가 9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여행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공연업 4개 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왜 영화산업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나.
=안신영_ 특별 고용지원업종에서 일부러 영화산업을 배제한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공연업이나 관광업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더 위기 상황에 취약한 업종이기 때문에 정부가 우선적으로 지원하게 된 것이다. 관광산업은 외부적인 변수에 굉장히 취약한 업종이다 보니 보다 신속하게 지원 결정이 이루어졌다. 영화산업을 담당하는 입장으로서 이 문제를 협의했지만 여러 절차적인 문제 때문에 영화산업을 새롭게 지원 대상에 지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답을 받아 안타깝다. 정부는 전 업종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정책을 설계하다보니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고, 부족한 부분을 문체부가 별도의 정책을 통해 설계해야 한다. 영화계의 의견을 들으며 현실과 괴리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영화 현장에서 보기에는 많이 아쉽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서 성명서를 낸 듯하고. 여러 가지 대책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영진위가 TF를 구성했으니 문체부도 함께 지원책과 대응 방안이 영화 현장에 잘 전달되도록 노력하겠다.
=원동연_ 질문이 있다. 대구를 포함해 전국 어느 지역의 어떤 사업이든 매출이 –80%가 된 사업은 없는 것으로 안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무리 극심해도 매출이 –50%가 되기 어려운데, 극장 매출은 –80%가 넘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이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안신영 영화산업도 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번 사태를 통해 들었다. 관광 같은 업종은 메르스 등이 터졌을 때 항상 직격타를 맞아왔다. 그래서 융자사업과 같은 대책이 상대적으로 잘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영화발전기금은 규모가 작고 융자사업 등도 그동안 필요성이 없어서 잘 마련되지 않았다. 융자사업이 과거 잠깐 존재했다 사라진 것도 영화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측면에서였다. 이제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야한다고 본다.
=정상진_ 프랑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국가가 나서서 극장을 셧다운시키며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권장하면서도 영화관에 프랑스 같은 권고안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영화인들이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그간 정부는 극장을 문화적 공공재로서 위치를 확립시켜야 했지만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본다. 극장 문이 닫힌 뒤 추경을 신청하면 늦는다. 제작 현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대비책이 우선 마련되어야 하는데 지금 제대로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한국 극장의 임대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데 영진위와 문체부가 도움을 주지 못하면 임대료를 내기 어렵고, 2~3달 후면 건물주로부터 내쫓길 가능성이 크다.
=원동연_ 영진위가 좀더 우리를 대변해주면 좋겠다. 하지만 현재 영진위를 보면 미래를 대비하는 방향도 없고, 현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듯하다. 오죽하면 영화계가 먼저 성명을 냈겠나. 지금이라도 영진위가 영화계의 의견을 모아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정화_ 국민 모두 힘든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화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 영진위도, 문체부도 영화산업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질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되기까지 상황 인식이 부족했다. 지금부터라도 하겠다는데 아직도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영화계가 필요한 건 지원이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당장 지원해줘야 한다. 똑같은 중소 소상공인이라고 해서 대출 받으러 갔지만 영화업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대출을 못 받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지 않았나. 그것에서 발생하는 박탈감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장에서 이렇게 호소하니 함께 해결했으면 좋겠다.
=김혜준_ 정부는 업계에서 최종적인 신호를 보낼 때까지는 대책 마련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또 어렵다. 가장 급한 건 돈이 흐르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융권의 협조 또한 필요하다. 영진위 위원들이 국책은행인 IBK 기업은행 같은 곳에 가서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 확인하고, 설득하며, 협상해 당장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의가 필요하다. 문체부와 영진위가 영화계가 요구하는 사안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 한다.
=장원석 _영화산업을 포함해 전세계가 겪어보지 못한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전염되는 질병인 까닭에 많은 사람들이 극장에 모일 수 없으니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극장은 도산한다. 원 대표님 말씀대로 극장이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시장이 위축되어 있다. 이제껏 한국 영화산업이 잘해왔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금융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들이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가령 이런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전세계 영화산업이 셧다운된 상황이니 올해책정된 영진위의 해외사업 예산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영화계를 지원하는 긴급 예산으로 유용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김혜준_ 예산 전용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최우선 순위는 돈이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자를 못 내게 되는 상황, 대출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에 대한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금융권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것과 관련해 영진위가 알아보고 있다. 영진위 예산을 김혜준 예산 전용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최우선 순위는 돈이 돌아오게 하는 것이다. 이자를 못 내게 되는 상황, 대출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지에 대한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결국 금융권이 움직여줘야 하는데 이것과 관련해 영진위가 알아보고 있다. 영진위 예산을 어떻게 끌어들인 것인가는 영진위 내부에서 문체부와 협의해 풀면 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태를 명확히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최정화_ 예술인복지재단에서도 적은 돈이나마 지원금 대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계는 영화발전기금이 있어도 이같은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와 영진위가 앞으로 더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영진위가 금융권과 협의해 대출률을 낮춰도 회사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으면 결국 올라간다. 열심히 제작하는 회사들을 대상으로 빠른 대출이 가능한 금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런 작업이 선행되어야지 정책만 만들어놓으면 그 안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또 벌어질 것이다. 안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할 수 있다. 보완하면서 안착시키면 된다, 시간이 걸린다고 지켜보기만 하면 안된다.
-현장 스탭들이 코로나19 사태의 위험이나 고용 불안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김혜준_ 기획개발부터 제작까지 영화의 전 공정을 아우르는 고민을 하고있다. 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 스탭들은 인건비가 지급되었지만, 촬영조차 들어가기 못한 경우 상황이 힘들어진다. 그것에 걸맞은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긴급 편성될 지원금은 제작 공정의 순환고리에서 문제가 생기는 걸 방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까지 영화발전기금을 계산해보면 대략 65억원 정도다. 평소보다 줄었다. 영화발전기금은 현재 납부가 유예되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시적으로 면제되는 법률적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본다(4월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시적으로 영화관람료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2월부터 소급하여 감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편집자). 지금 상황은 정책적인 플레이를 하기 힘든 상황이긴 하다.
-한편으로는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대기업이 엄살이 심하다는 국민 여론도 나오고 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조성진_ CGV 또한 그 반응을 잘 알고 있다. 정상진 대표가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산업의 취약성이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고 본다. CGV의 연간 매출이 1조원 정도다. 지난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으로 3%로 떨어진 영업 이익률을 5% 내외로 소폭 상승시켰는데 그게 500억원 정도다. 영화계 전체로 보면 큰 금액이지만 극장은 시설 및 장비 투자가 많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한달이 정지되니까 그 500억원이 그냥 없어졌다. 대기업이기에 자금 여유가 있을 거라는 프레임으로 보면 영화산업을 전반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시각에서 보는 것 같다. 극장은 관객을 모으는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게 무너지는 상황이다. 꼭 금융지원이 아니더라도 영화산업에서 중요한 극장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시각이 필요하다. 혜택조차 못 받게 된다면 회사가 쓰러지고, 영화산업 전체에 대한 산업 위기가 생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우리도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노력을 해야겠지만 영진위, 문체부에서도 영화산업 업종 자체가 어렵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개별적으로는 임팩트가 너무 약하다.
-영화계가 여러 의견을 제시해주었는데 문체부 안에서도 논의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나.
=안신영_ 말씀해주신 걸 토대로 논의를 잘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이 장기화되어 영화산업 전체가 크게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기 전에는 문체부가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현실적으로 크진 않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극장 매출이 줄어드는 건데 현재는 극장이 대기업이라 지원이 어렵다는 말로 귀결된다. 일반적인 여론이 이렇기 때문에 영화산업을 속속들이 알기 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다만 성명서를 발표한 게 문체부가 밖에서 이야기할 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부에서는 보편적인 설계를 할 수밖에 없고 그외 나머지는 문체부가 영진위와 협의해서 간극을 줄여야 할 것이다.
=정상진_ 현실적으로 언제 지원해줄 수 있냐는 답변이 더 중요하다.
=장원석_ 기업 과실이 아닌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지 않나.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입는데 대기업이니 도울 수 없다는 논리가 납득이 잘되지 않는다.
=조성진_ 그간 극장이 대기업이라 집중포화를 많이 맞았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영화인들이 극장이 무너지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장기적인,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번 사태는 영화계가 뭉치고 협의할 수 있는 계기점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항상 공격의 대상이 되는가, 우리도 협의해서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오늘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협의하는 계기가 필요하다.
=신연식_ 감독조합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건 없지만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 대부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세부적인 대응 방안이나 대책 마련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뭐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체부와 영진위가 영화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꼭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그간 쌓인 것들이 있었다. 이런 자리가 조성된 건 좋지만 감독조합 차원에서 얘기할 건 아직은 없다.
=원동연_ 영화계가 정부에 대놓고 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부담감이 따른다. 돈을 지원하기보다 세제혜택을 준다거나 국민들이 보았을 때 납득이 가능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 극장이 대기업이라는 인식에 대한 환기도 필요해 보인다.
=김혜준_ 극장 업계의 정책적인 대응력과 로비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극장 업계는 나름대로 노력할 거다. 영화계는 목소리를 내주는 게 중요하다. 그다음 단계에서 영진위와 영화계가 풀 수 있는 일이 어디까지인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영화발전기금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탱하는 방법에 대해 속도를 내서 논의해야 한다.
영화산업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영화계가 성명서를 냈을 때 상징적인 사건 하나가 터졌다.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런 현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 같다.
=장원석_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와 계약한 리틀빅픽쳐스의 결정을 이해한다. 홍보마케팅 비용은 다 썼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지 않나.
=정상진_ 이해가 되는 부분도,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리틀빅픽쳐스보다 더 작은 중소배급사나 제작사가 그런 선택을 했다면 더 많은 동의를 얻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그 결정이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 점에서 영화산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다.
=신연식_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은 직접적으로 언급하기가 어렵다. 극장에 개봉하기 전에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에 먼저 공개되는 경우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극장은 빠른 현금 회수율에 대비해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업이다. <사냥의 시간>이 정확히 얼마에 넷플릭스에 팔렸는지 모르지만 극장에서 개봉했더라면 홍보마케팅 비용조차 못 건졌을 수도 있다. 극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빨리 판단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는 영화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그건 극장 환경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조성진 _극장은 고민이 된다. 극장에서 먼저 개봉한 뒤 시간이 지나 2차 부가판권시장에서 공개되는 홀드백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홀드백이무너지는 상황이고, 앞으로는 더 심해질 것 같아 고민이다. 극장에 숙제인 상황이다.
=최정화_ 이 난국에 영화를 완성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민할 수밖에 없고 비난할 수 없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OTT 플랫폼의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은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다. 투자 형태 등을 포함해 한국 영화산업의 구조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규모가 총 2300억원에 달하는 산업 상황에서 어떤 OTT 플랫폼이 감당할 수 있겠나. 이러한 준비 작업이나 산업의 구조 변화 없이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을 계기로 영화들이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원동연_ <사냥의 시간>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넷플릭스로 갔다면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졌고, 홍보마케팅 비용을 다 쓴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나라도 갔을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극장용 영화,OTT 플랫폼용 영화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상징적인 사건이라 생각한다. 지난 10여년간 공급 과잉 때문에 최소 상영시간이 보장되지않거나 스크린을 배정하는 데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나. 이제는 프로듀서가 영화를 극장과 OTT 플랫폼 중에서 어디로 보낼 건지 선택하면 된다. 극장도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프로듀서들 또한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흥행이 안된 감독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었다. 하지만 OTT 플랫폼으로 가면 제작비를 받아 다음 작품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그 또한 극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OTT 플랫폼으로 인해 극장이 망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혜준_ <사냥의 시간>의 선택을 이해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나면 영화 산업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영화관 시장을 이대로 유지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수익의 75%가 극장 매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극장은 그대로 존재하면서 제작비를 줄이는 게 환상적인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2차 부가판권시장이 전년 대비 32.3% 정도 증가한 반면,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2582만명가량 줄었다. 결국 사람들의 영화 관람 패턴이 달라진 거다. 정책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오래전부터 얘기해왔다. 영화발전기금이 영화 제작에만 한정되어선 안되고, 앞으로는 영화를 트는 플랫폼 사업장도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기금은 역시 정부가 내야겠지만 영화계에서도, 플랫폼 사업에서도, 정보통신 영역에서도 거두는 구조로 가는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안신영_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정부는 하는 게 뭐냐에 대해 안타까움이나 서운함이 있을 것 같다. 빨리 해야 할 일을 정해 영화계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모두가 초유의 상황을 경험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특히 영화계 상황이 악화된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는 동시에 이런 상황이 또 닥쳤을 때 영화계가 실질적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법 제도 정비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영화계와 긴밀히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발전기금의 운용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좀더 커지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