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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칸 베이커리> 78년 세월 속 성실과 정직의 가치를 되뇌게 만드는 작품
이나경 2020-03-31

평범한 하루하루가 쌓여 우리의 매일이 채워진다.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일상을 유지하고, 또 이를 지속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흰쌀밥과 같은 존재로 남은, 또 누군가에게는 공기처럼 머물며 일상의 한 부분이 된 빵집이 있다. 식빵과 롤빵, 단 두 종류의 빵에만 집중하며 반죽을 빚고, 틀에 넣고, 굽기를 반복해 완성한 빵을 포장하고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 이런 루틴을 이어가면서 1942년부터 4대째 도쿄 아사쿠사를 지키고 있는 ‘펠리칸’이 바로 그곳이다. <펠리칸 베이커리>는 이토록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그래서 작위적이지 않은 빵집 ‘펠리칸’의 계절을 차분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가업을 물려받아 작은 일이라도 착실히 반복하고, 직원들이 즐거울 수 있는 근무환경 조성에 힘쓴다는 4대 점주 와나타베 리쿠의 원칙과 마음가짐, 40년 이상 이곳의 제빵사로 근무하며 빵 맛의 기반을 닦은 나기 히로유키의 철학,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솔직함이 담겨 있어 식빵은 꼭 펠리칸에서만 구매한다는 스타일리스트 이토 마사코의 애정어린 인터뷰 등을 중간중간 삽입하며, 펠리칸이 갖는 의미를 논한다. 무엇보다 각자의 위치에서 빵 만들기를 반복하는 제빵사들에게로 향한 카메라의 시선이 그들의 우직한 태도와도 꼭 닮았다. 가타부타 미사여구를 붙이기보다 빵의 품질만 생각하며 지켜낸 78년 세월 속 성실과 정직의 가치를 되뇌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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