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들은 지금 하고 싶은 음악이 그동안의 음악과 너무 다를 경우 얼터 에고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아이돌에도 완전체와 유닛이 있듯, 다른 이름으로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것이다. 러브 리제너레이터도 그런 또 다른 자아다. 바로 댄스 프로듀서 캘빈 해리스의 새로운 이름이다. 굳이 새로운 이름을 만든 걸 보면 전향은 아닌 듯하다. 그동안 꼭 들려주고 싶던 음악이 기존 캘빈 해리스의 색깔과 달라 번외 활동을 결심한 듯하다.
러브 리제너레이터는 ‘레이브’ 시대의 클럽 음악으로 돌아갔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영국과 유럽에서 유행했던 애시드 하우스, 정글, 테크노 등을 들려준다. 이 시기는 록의 폭발기인 1960년대 ‘사랑의 여름’과 비교해 ‘제2의 사랑의 여름’이라 불릴 정도로 클럽 음악의 고전 시대다. 캘빈 해리스는 지금의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 트렌드와 거리를 두고 뿌리에 심취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놀라운 건 커머셜의 아이콘 캘빈 해리스가 언더그라운드 디제이들 중에서도 일부만 재능과 관심을 보이는 레이브 복고를 완성도 높게 구현했다는 점이다. 그 시대 사운드를 훌륭히 재현하면서도 지금의 모던함을 잃지 않았다. 지금을 부정하고 시작점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현재 댄스 신의 부족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자 캘빈 해리스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보다 뛰어난 언더그라운드 천재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