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는 문학인가? 그렇다. SF는 과학인가? 적어도 나는 확답을 못하겠다.” 한국 SF소설계에서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배명훈이 처음으로 펴내는 에세이 <SF 작가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소설가 배명훈에게 영문을 모를 수사(‘발칙한 상상력’, ‘경계를 넘나드는’)를 붙이거나 헛다리 짚는 질문을 던진 적 있는 인터뷰어이자 책 리뷰어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은 나는, 이 책이 나와서 정말 반갑고 감사하다고 느낀다. SF를 창작하며, 오랫동안 ‘SF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반복해 답하며 살아왔을 배명훈 작가는, <SF 작가입니다>에서 여러 경험을 들려준다. 그간 발표한 소설들을 슬쩍슬쩍 홍보하기를 잊지 않으며, 소설이 현실이 된 사례들이나 함께 창작하는 동료들을 응원하며 노력하기 등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 SF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은 일단 이 책을 읽어보고 나서도궁금한 게 있다면 그때 질문해도 좋을 정도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성실하게’는 배명훈 작가의 모토라는데, 프로가 된다는 것은 저마다의 모토를 갖는 것, 이라고 설명이 덧붙는다. “나에게 중요한 부분은 오히려 이 작업의 지향점이 일확천금이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상업성을 발휘하는 쪽이다.” 그런데 프로가 부러워하는 아마추어도 있다면서 예로 든 인물이 유럽의 근대 군사전략을 체계화한 조미니와 클라우제비츠. 이 두 사람이 배명훈의 석사논문의 근간이 되었다는 너무 과한 정보(TMI)와 함께 저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된다는 일의 의미를 말하다가, 친한 동료의 성공을 받아들이는 바람직한 자세로 글이 끝난다. 이 에세이와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이번에 에세이와 함께 재출간된 연작소설집 <타워>다. 참고로 <타워>는 구판이 절판된 이후 중고서점에서 고가에 거래되던 책으로, 이번에 나온 <타워>는 개정판이다.
글쓰기의 즐거움
글쓰기는 원래 즐거운 일이다. 믿지 않는 사람도 많겠지만, 그 불신은 글쓰기의 근원적인 즐거움에 뒤따르는 골치 아픈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SF 작가입니다>, 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