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봄>의 원제는 ‘この世の春’로, ‘이승의 봄’이라고도 옮길 수 있다. 제목부터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라는 뉘앙스를 전달받았다면, 이 소설의 분위기를 잘 떠올릴 수 있을 것. 일본 미스터리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발표한 <세상의 봄>에는 장점과 단점이 하나씩 있다. 장점은 정말 재미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일본 시대물이라서 신분이나 지명, 의복 등에 관련된 명사들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다. 기타미 번 6대 번주 기타미 시게오키가 26살의 나이에 중병으로 은거한다. 심지어 가신이 강제로 주군을 은거시키는 형태의 연금이다. 이혼하고 본가로 돌아온 다키는 아무래도 건강이 아닌 이유로 보이는 시게오키의 은거에 관심이 많다. 시게오키는 번주의 별저인 고코인으로 거처를 옮기는데, 다키 역시 그곳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할복해 죽었다던 인물이 멀쩡하게 살아 있으며 다른 이름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쿠리야 일족의 미타마쿠리 기술에 대해 듣게 된다. 죽은 자의 혼령을 불러내는 빙의체가 될 수 있는 미타마쿠리를 구사하는 것은 여자뿐이었다고. 그리고 어느 날 쿠리야 일족이 몰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쯤부터는 숨도 참고 그저 읽게 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면 봄은 꼭 찾아온다는 의미를 담아 제목도 ‘세상의 봄’이라 붙였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도 봄이 피어오르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했다. 행복한 결말은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세상의 봄>은 에도시대의 사고로는 도무지 해결할 길이 없어 보이는 과거의 사건들과 맞서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초자연적인 공포로 보이는 일에도 곡절은 있다. 사람들로부터 이혼당한 이유를 이해하겠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 똑똑하고 판단이 빠른 데다 할 말을 굳이 참지 않는 젊은 여성과, 아름답지만 실성했다는 소문의 권력자 미청년이 나오는 데다 과거의 수상쩍은 사건이 한둘이 아닌 이야기가 재미없기도 쉽지 않다.
불러내기 , 들여보내기
“미타마쿠리는 인간의 영혼을 조종해 그것과 의사소통하는 기술이야.” (<세상의 봄> 상, 1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