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에 새로운 바람이 불까. 2000년부터 디즈니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하고, 2005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밥 아이거가 지난 25일(현지 시간) 퇴임했다. 지금껏 그는 2015년 첫 임기를 마친 후 세 차례 임기를 연장했다. 마블 스튜디오, 21세기 폭스 등 여러 거대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착수한 업적과 그를 대신할 후임자를 찾지 못해서다. 2018년 네 번째 임기를 마치고 2020년 사임할 예정이었는데 예정대로 퇴임을 확정한 것.
밥 아이거의 뒤를 잇는 CEO로는 디즈니 파크의 회장인 밥 채펙이 선임됐다. 1993년 디즈니에 첫 입사한 그는 디즈니파크 확장, 디즈니 스튜디오 배급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밥 채펙의 동료들은 그에 대해 ‘아이거 보다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매우 지적이고 조직적인 사람’이라 표현했다”고 전했다. 밥 아이거는 성명서를 통해 “디즈니 플러스를 성공적으로 출범했으며, 21세기 폭스와의 인수합병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이 디즈니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채펙이 여러 글로벌 사업과 운영을 잘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이곳에서 45년간 몸담았으며 15년간 CEO로 부임했다.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그의 후임인 밥 체팩은 “내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 믿는 디즈니의 CEO를 맡게 되어 너무나 영광이다”고 전했다. CEO의 교체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곧바로 밥 아이거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그는 2021년 말까지 디즈니의 이사직으로 남아있으며 약 22개월간 인수인계를 진행한다.
2019년 디즈니는 전 세계 흥행 영화 10편 중 7편을 배출, 영화사 최초로 흥행 수익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앞서 밥 아이거가 말했듯 OTT 시장에서의 뜨거운 경쟁이 숙제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현재 확산 중인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중국 상하이 디즈니 파크가 운영을 중단하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모든 분야를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CEO가 교체된 만큼 앞으로의 디즈니가 보여줄 방침, 변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