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도 살인하는 공상을 한다. 연구자들은 살인에 대한 공상을 ‘살인관념’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정상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남성 중 79%, 여성 중 58%가 살인 공상을 해본 적이 있는데, “남성은 잘 모르는 사람이나 같이 일하는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많이 한 반면 여성은 가족을 죽이는 상상을 더 많이 했다”. 살인 공상은 추상적 사고와 가상의 계획이 가능한 인간의 능력이 만든 부산물로, 머릿속 예행연습을 통해 실제로 누군가를 죽이고 싶지 않거나 그로 인해 일어날 결과를 원치 않음을 알게 되는 사고실험이며, 결국은 살인을 막는 효과를 갖는다.
심리학자로 특히 범죄심리에 대한 연구를 해온 줄리아 쇼는 <우리 안의 악마>라는 책에서, 누구나의 마음속에 있는 악을 다룬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뿐 누구나 생각해보았을 법한 끔찍한 공상이 있었을 것이다. 분노에 휩싸여 상상했던 어떤 장면들, 혹은 이룰 생각을 하지 못했던 성적 판타지. 남에게 드러내 보일 수 없는 어둠과 때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 악. 1장 ‘당신 안의 사디스트’에서는 당신에게 묻는다. “만약 당신이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면 아기 히틀러를 죽이겠는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2004년 존 아처의 분석 연구는 남성이 공격적인 성향이 많고 그에 따라 살인도 많이 저지른다고 지적한다. “사회는 남자들이 저지르는 파괴적, 공격적, 폭력적 행동에 관대할 때가 너무 많다. 이것은 여성에게 안 좋은 일이지만 남성에게 훨씬 더 안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이런 설명에 더해, 흔히 남성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을 더한다는 주장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그건 꼭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읽어보시라. 이 책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은 범죄와 관련된 공격성보다는 경쟁에서 도움이 되는 유용한 형태의 공격성(스포츠 선수가 경기에서 승리하면 수치가 올라가고 패배하면 떨어진다)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메달을 따고 승진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안의 악마>는 악에 대한 고정관념을 다시 살피게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쁜 일을 했을 때 ‘관상’ 운운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노벨상 수상자와 중범죄자 사진을 보고 답하는 실험에서, 지명수배자를 신뢰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답한 비율은 49%에 불과했으니까. 사이버범죄를 다루는 4장과 군중심리를 다루는 7장은 지금의 한국 상황과 연결지어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