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관객도 모두 끝까지 긴장을 놓쳐서는 안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마지막에 과연 누가 돈을 얻는지, 허황된 욕망 아래 누가 깔려 사라지는지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범죄스릴러다.
사라진 애인의 사채 빚을 떠안게 된 태영(정우성)은 빚 독촉에 시달리는 세관 직원이다. 검은 유혹에 사로잡힌 그는 지금 몰락 직전이다.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가장 중만(배성우) 역시 치매에 걸린 노모(윤여정) 때문에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한다. 빚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외면받는 미란(신현빈)은 몰래 술집으로 일을 다닌다. 당장 살길이 막막한 처지의 사람들 앞에 정체 모를 돈 가방이 등장하게 되면 이야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소네 게이스케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직접 각색한 김용훈 감독은 능숙한 범죄자들의 싸움이 아니라 밑바닥 삶을 경험한 이들의 절박함이 팽팽하게 맞서고 부딪쳐 기어이 피를 보고야 마는 잔인하고 씁쓸한 이야기에 사로잡혔다. 때문에 영화는 돈 가방의 소재 파악을 위해 인물들이 서로를 추적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범죄에 연루된 인물들의 상황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한다. 한국 유흥가 특유의 화려하고 촌스러운 비주얼과 흑백의 고전영화가 보여주는 날카롭고 깊은 명암이 어우러진다. 안정적인 리듬감을 돋보이게 하는 건 역시 배우들의 존재감이다. 정우성이 흔들고 전도연이 뒤집고 윤여정이 휘어잡는, 웰메이드 범죄영화의 등장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