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칠리아 성인은 음악을 수호하는데, 11월 22일이 축일이다. 이날은 벤저민 브리튼의 생일이기도 해서 그는 친구인 시인 W. H. 오든에게 시를 받은 뒤, 그 시에 매력적인 합창을 계속 붙여나가며 곡을 썼다. 브리튼은 연인인 테너 피터 피어스와 1939년 4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미국에 머무르며 활동을 이어갔다. 3년이 지나 영국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발목을 잡은 이들은 세관 검사관들이었다. 브리튼의 짐에 들어 있던 악보들을 암호로 간주해 압수했던 것이다. <성녀 체칠리아 찬가>는 그렇게 압수된 악보였다. 브리튼은 런던으로 돌아오는 배 위에서 곡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적기 시작했다. <성녀 체칠리아 찬가>는 그렇게 브리튼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자 체칠리아 성인의 축일인 1942년 11월 22일에 <BBC>에서 처음으로 방송되었다. 하루에 클래식 한곡씩을 소개하는 <1일 1클래식 1기쁨>에 실린 11월 22일의 곡에 얽힌 사연이다.
<1일 1클래식 1기쁨>은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가능한 기획이다. 이 책에는 낯익고 낯선 클래식 곡이 366곡 실려 있는데(2월 29일 포함), 이전 같으면 모든 곡이 실린 음반을 가지고 있어야 들을 수 있었겠으나 이제는 검색 한번으로 들을 수 있다. 책 제목으로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수록곡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그러면 음악만 들으면 되는가? 아니다. <1일 1클래식 1기쁨>은 간단한 배경 설명만으로도 음악감상이 더 풍부해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앞서 언급한 <성녀 체칠리아 찬가>만 해도 그렇다. 그 자신이 바이올린 연주자이면서 대중을 위한 클래식 강연을 오래 진행해온 클레먼시 버턴힐은 여성 작곡가들을 소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클래식을 다룬 다른 책들과 이 책이 가장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10월 1일에 소개되는 세실 샤미나드가 그렇다. 1805년에 태어난 세실 샤미나드의 아버지는 보험 외판원이었는데, 그의 친구 중에는 작곡가 비제가 있었다. 비제가 “나의 작은 모차르트”라고 부를 정도로 어려서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는데, 정작 아버지는 “중산층 여자는 결혼해서 애를 낳아야 해!”라고 했다. 세실 샤미나드는 결국 작곡을 하게 되었고, “여성이라는 성별, 그리고 여성이라는 조건이 여성들에게 부과하는 일은 우리가 최상의 자아를 계발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라며 여성이 처한 현실을 언급했다. 세실 샤미나드의 음악은 그의 사후 거의 무시되었다. 최근에야 다시 거론되는 것이다. 하루에 한곡을 듣는다. 그 곡에는 사연이 있다. 알던 곡은 그렇게 새로워지거나 깊어지고, 발견은 언제나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