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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빅프로젝트④] <앵커> 정지연 감독 - 여자 기자와 앵커 분리하기
임수연 사진 최성열 2020-03-12

“드라마를 찍어도 이상하게 날이 서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로 출강했던 인사이트필름의 신혜연 대표는 당시 학생이었던 정지연 감독의 단편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그가 졸업작품을 위해 썼던 <앵커>의 초안을 읽고 리뷰를 하는 과정에서 신 대표는 상업 장르영화로의 가능성을 봤다. <앵커>는 서울독립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상영됐던 단편 <봄에 피어나다>(2008)를 연출한 정지연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디벨롭 과정에서 주인공이 앵커라는 설정이 추가된 것은 “뉴스에서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성의 내면에 뭔가 파고들 거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정지연 감독의 발상 때문이다. 사회에서 여자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선도 영화에 반영돼 있다. “단정하고 지적이고 예쁘고…. 그렇게들 바라보는 여자 앵커의 이면을 다루면 재밌겠더라. 또한 남자들은 기자를 하다 앵커가 되는데 여자들은 아나운서를 하다가 앵커가 되지 않나. 그렇게 여자 기자와 앵커를 분리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세라는 기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취재 욕구가 있는 앵커다. 일하는 여성이 일 욕심이 있다는 이유로 받는 억압이 있고, 그래서 욕망이 더 커지기도 한다.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영화는 <블랙스완>(2010)이었고, 정지연 감독은 “<컨저링>(2013) 같은 정통 호러도 좋아한다. 그사이 어딘가에 섞여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장르적인 영화에 천우희, 이혜영, 신하균이 캐스팅된 것은 그들의 전작을 생각할 때 의외의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천우희가 앵커 캐릭터를, 이혜영이 누군가의 엄마를, 신하균이 미스터리한 의사를 연기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비튼 캐스팅으로 보인다. “우희씨는 편한 이미지 혹은 미지의 공포를 대변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주로 했던 것 같다. 나는 우희씨의 예민한 눈빛이 날 선 완벽주의와 매칭될 것 같았다. 전문직 여성을 연기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스타일링도 바꿔보고 싶었다. 이혜영 선생님은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을 주로 연기했는데, 여리고 소녀 같은 면을 보고 싶었다.”

한편 <앵커>는 (올해 다시 그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여성감독에 여성이 주연인 영화다. 세라의 엄마 소정(이혜영)이 전통적인 모성에서 벗어나 딸에게 집착과 애증을 갖고, 세라가 욕망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며, 이러한 이야기가 장르적으로 구현된다는 것도 희소한 지점이다. 이 부분은 정지연 감독 스스로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많았지만, 어머니와 딸 이야기는 이제야 할리우드도 많이 만들지 않나.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나 역시 힘을 받아 글을 쓰게 됐다. 책임감을 갖고 잘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 표지.

제작 인사이트필름, 어바웃필름 / 감독 정지연 / 출연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 배급 에이스메이커 무비웍스 / 개봉 2020년

•시놉시스

YBC 방송국의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그는 대대적인 뉴스 개편에 대한 소문으로 복통에 시달리는 중이다. 어느 날, 기자실에 그를 찾는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그 사람’이 자신의 딸을 죽였고 곧 본인도 죽이러 올 것이니 직접 취재를 와달라는 것. 세라의 엄마 소정(이혜영)은 이럴 때일수록 단독 취재를 통해 입지를 굳혀야 한다고 딸에게 직접 현장에 가볼 것을 권하고 세라는 현장에 갔다가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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