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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빅프로젝트①] <정상회담>(가제) 양우석 감독 - 남북미 회담, 영화에서라도 실컷 보시라
이주현 사진 오계옥 2020-03-12

“북한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핵이 아니라 불안정한 정치체제다.”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패권국가 미국과 신흥강국 중국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한반도는 가장 첨예한 전선이 될 것이다.” 양우석 감독은 마치 북한 문제 전문가처럼 한반도의 상황을 술술 이야기했다. 양우석 감독이 <변호인>(2013) 이후 만든 <강철비>(2017)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영화적 상상력을 잘 아우른 작품이었고, <강철비>의 속편으로 알려진 <정상회담>(가제)은 <강철비>와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상호보완적 속편”으로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웹툰 <스틸레인> <강철비: 스틸레인2> <정상회담: 스틸레인3>(현재 연재 중)로 이어지는 ‘스틸레인 유니버스’ 속에 존재하는 작품이며, 이번엔 북의 쿠데타로 남북미 정상이 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정우성이 남한 대통령, 곽도원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북의 호위총국장, 유연석이 북한 위원장으로 출연한다.

-<정상회담>을 <강철비>의 2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두 영화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상호보완 속편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강철비>는 남북문제의 패를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북의 지도자가 남으로 피신하는 판타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꾸로 <정상회담>은 문제의 본질과 현실을 앞에 배치하고 우리가 원하는 판타지를 뒤에서 보여준다.

-<강철비>와 <정상회담>을 변화구와 직구에 비유하기도 했다.

=<강철비>가 변화구인 이유는 판타지한 이야기가 변화구처럼 흐르다가 마지막에 리얼한 이야기가 직구로 꽂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은 그 반대다.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북 대결은 냉전에 기초했는데, 소련이 붕괴된 뒤엔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시작됐고 한반도 주변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정상회담>은 그런 이야기를 직구처럼 던지며 시작한다. 마지막에는 남북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바라는 판타지의 상황을 제시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단편적 보도가 아니라 지난 30년의 역사를 살펴봤으면 하는 의미에서 직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위원장의 이름이 ‘조선사’인데, 조선의 역사라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다. 30년 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제대로 보고 본질을 파악해보자는 의미로 직구로 이야기를 던진다.

-웹툰 <스틸레인> 시리즈와 영화 <강철비> <정상회담>을 ‘스틸레인 유니버스’로 부르던데, 처음부터 캐릭터나 이야기의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세계관을 만들어간 것인지.

=확장성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남북 관계의 변화가 중요한 요인이다. 북한과 관련해 크게 간과하는 위험성이 있는데 그건 핵이 아니다. 민주국가인 한국과 달리 북한은 굉장히 불안정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정권교체의 방법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권이 잘못되면 내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스틸레인 유니버스에서 핵심이 되는 것도 정권교체의 방식에 있어 남북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거다. 웹툰 <스틸레인>은 쿠데타가 발생해 북한 위원장이 사망하고 내전이 발생하는 이야기고, 쿠데타가 발생해 북한 위원장이 남으로 피신하는 게 2편, 쿠데타로 인해 남북미세 정상이 납치되는 게 3편이다. 다시 말해 핵보다 위험한 건 북의 정권교체 방식이다.

-<정상회담>의 주인공은 남북미 정상이다. 웹툰에선 실제 정상들의 모습을 차용한 부분도 엿보이는데 영화에선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하다.

=현실을 반영했지만 현실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캐스팅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나. (웃음)

-북 위원장은 유연석 배우가 맡았는데, 실제 김정은 위원장과 유연석 배우가 1984년생으로 나이가 같더라.

=우연의 일치다. (웃음) 출생연도까지 고려하고 캐스팅하진 않았다. 유연석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지금껏 연기해온 캐릭터를 봤을 때 외곬의 캐릭터를 연기한 작품들이 좋았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94>나 <미스터 선샤인>처럼 하나에 집중하는 인물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조선사 위원장 역시 외곬로 달리는 캐릭터다. 또 영화 속 조선사 위원장은 실제 김정은 위원장과는 확연히 다른 인물이고, 유연석 배우가 연기함으로써 생기는 싱크로율의 배신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남한의 대통령 한경제는 정우성이 연기한다.

=<강철비> 때 북한 요원은 왜 그렇게 잘생겼냐는 얘기를 들어서 이번엔 남한의 대통령을 미모 끝판왕으로 만들어봤다. (웃음) 대통령으로서 정치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한계와 답답함을 느끼는 인물이다. <강철비>를 보고 <정상회담>을 보면 정우성이 정말 훌륭한 배우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 대통령은 <브레이브 하트>(1995), <잃어버린 도시 Z>(2016) 등에 출연한 스코틀랜드 출신 앵거스 맥페이든이 연기한다.

-북한에서 정상회담 중이던 남북미 정상이 쿠데타로 인해 핵잠수함에 납치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세 정상이 한 공간에 갇혀 있는 설정도 중요하다.

=언제 풀려날지도 모르니 정상회담 실컷 하라는 의미에서. (웃음) 어찌됐든 현실에선 외교적 수사들만 오가는 경우가 많지 않나.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가 만난 시간을 다 합쳐도 몇 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라도 이들이 실컷 정상회담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갈 데도 없고 피할 곳도 없으니.

-<강철비>에서 엄철우(정우성)와 곽철우(곽도원)가 특별한 우정을 나눈 것처럼 <정상회담>에서도 남과 북 두 정상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핵잠수함에 갇힌 세 정상을 일종의 형제처럼 그리려 했다. 힘이 있으니까 원하는 대로 하려는 첫째 형(미국)과 고집불통 막내(북한)와 중간에 낀 둘째(남한)의 모습으로.

-북한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아쉬움이 든 적은 없나.

=아쉬움보다는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다만 웹툰과 영화를 통해 얘기하고자 한 건 북을 키치화해서 바라보지 말자는 거다. 유독 한국에선 북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드물다. 나 역시 <강철비>를 끝내고 너무 판타지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했다. 그 반성을 토대로 <정상회담>을 만들었다. 한반도 문제는 절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본질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문제의 본질에 가까운 팩트가 아닐까 하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스틸레인 유니버스’는 계속되나.

=더이상 안 만드는 게 좋지 않겠나. 현실이 <정상회담>의 결말대로 간다면 당분간은 이 이야기를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 현실이 바라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복잡해진다면.

=그럼 한번 더 해야 할까? (웃음)

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 감독 양우석 / 출연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 /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2020년 상반기

•시놉시스

가까운 미래. 대한민국 한경제 대통령(정우성)은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될 북미 평화협정의 성공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어려운 국제 정세 속에서도 북한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 위원장(유연석)과 미국 대통령(앵거스 맥페이든), 남한의 대통령이 모두 모인다. 그러나 북한 호위총국장(곽도원)을 비롯한 강경파의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3국의 정상은 북한의 핵잠수함에 납치된다.

•관전 포인트

“<강철비>보다 장르적 재미가 다양해졌다.” 양우석 감독은 <정상회담>에서 좀더 진화한 분단물을 볼 수 있을 거라 했다. <정상회담>의 주요 배경이 잠수함이기 때문에 밀리터리 장르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거기에 정치 스릴러의 재미까지 더해졌다. “믿기지 않겠지만 코미디도 있다”고. 장르의 측면에서나 영화가 담고 있는 정보의 양에서나 밀도 높은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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