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영화가 순위권에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B영화가 C영화보다 상위권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원더키디의 해’를 몇 시간 앞둔 2019년 12월 31일 오후 <씨네21> 회의실의 풍경이다. 이번호 특집 기사인 ‘2010년대 한국영화 베스트10’에 소개할 10편의 영화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시작된 회의는 어느덧 자신이 지지하는 영화를 마지막까지 사수하려는 기자들의 ‘썰전’장으로 변했다. 특정 영화가 왜 2010년대의 베스트영화로 선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또 <씨네21>이 그 영화를 지지하는 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열과 성을 다해 ‘변론’하는 기자들 때문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리스트를 확정하는 게 쉽지 않았음을 밝힌다.
2020년을 시작하며 2010년대를 빛낸 10편의 한국영화를 돌아보기로 마음먹은 건, 단순히 지난 10년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2010년대를 거치며 한국영화가 이뤄온 성취를 현재의 시점에서 재평가하고 싶었다. 김성훈 기자가 특집 기사에서 잘 정리한 대로,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산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디지털영화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시장 질서가 재편됐으며 영화인들의 왕성한 해외진출이 이어졌다. 영화계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의 가시화는 업계에 자성을 촉구했다. 이러한 변화들을 경험해온 것이 2010년대 영화를 바라보는 <씨네21>의 시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했고, 지금 현재 잡지를 만드는 구성원들의 영화에 대한 안목과 취향이 매년 최고의 한국영화 베스트5를 뽑아왔던 과거의 구성원들과 어떻게 다른지 독자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010년대 한국영화 베스트10’을 <씨네21>이 존중하는 여러 외부필자들의 참여 없이 온전히 내부 구성원들의 선택만으로 결정한 이유다. 다만 지난 10년을 결산하는 측면에서 10위권 안에 포함된 한국영화 중에는 우리의 선택뿐 아니라 2010년대 한국영화계의 이정표 또는 지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들도 상당수 포함시켰다는 선정 기준을 알려드린다. 보다 개성 있는 리스트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같은 지면에 소개한 <씨네21> 기자 8인의 사적인 한국영화 베스트 리스트를 통해 아쉬움을 상쇄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아무쪼록 이번 특집은 2020년의 초입에서 과거의 영화를 경유해 독자 여러분에게 새해 인사를 건넨다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동시에 이번 기사는 새로운 감각의 취재기자를 찾는 <씨네21>이 지원자 여러분에게 보내는 자기소개서이기도 하다. 우리의 선택과 글이 당신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감흥을 남겼다면 주저하지 말고 지원하길 바란다. 단순히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영화에 대한 나름의 취향과 안목을 갖춘 지원자였으면 좋겠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논리정연한 글로 풀어낼 줄 아는 이라면 더더욱 환영이다. 자세한 채용 공고는 이번주 <씨네21> 12쪽을 참고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