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클래스 행사 후에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진 오승욱, 이상근, 자오톈위 감독(왼쪽부터).
올해 영화제가 다채로운 행사 프로그램을 꾸리며 주안점을 둔 것은 관객과 감독 사이를 좁혀 더 많은 대화의 장을 마련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상근 감독의 졸업작품 <간만에 나온 종각이>(2010) 상영 후에 올해 입선작 중 한편인 <빅딜>의 우버핑•양위퍼이 감독이 함께 참여해 나눈 시네마클래스, ‘단편영화 속에 비친 색다른 면모들’을 주제로 한국과 중국의 단편영화 경향을 비교 분석한 오승욱 감독의 특강과 ‘장편과 단편영화 창작의 작업 키포인트’를 주제로 한 자오톈위 감독의 특강, 한국 단편 초청작인 <레오>의 이덕찬 감독, <안녕, 부시맨>의 김용천 감독과의 대화 등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상근 감독은 시네마 클래스에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간만에 나온 종각이>를 구상할 당시, “집에 있는 수도꼭지를 보고 이야기를 떠올렸던” 그는 단편영화를 만들던 당시의 경험으로부터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고를 줄 아는 눈”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영상과 관련한 직업을 갖고 싶었던 마음이 자라서 단편영화라는 결과물을 만들게 됐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받았던 칭찬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면서 단편영화 감독 시절의 경험에 대한 소중함을 강조했다. 독특한 화면비율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입선작 <빅딜>을 공동 연출한 우버핑•양위퍼이 감독은 “청부살인 의뢰를 받은 남자의 사연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슬픈 사연을 들은 모두가 웃게 되는 황당함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양위퍼이 감독이 “원형의 프레임은 남자의 세계를 뜻하고 그 외의 질서가 잡힌 세계는 사각의 프레임으로 나눠 표현했다”고 하자 이상근 감독은 정교한 미장센 구축을 끝까지 밀어붙인 점을 높게 평가했다. <빅딜>은 이 시대의 버려진 사람들이 소멸 외에는 세계와 융합되기 어렵다는 의도가 반영된 형식미라는 점에서 관객에게 참신한 시도를 인정받았다.
‘단편영화 속에 비친 색다른 면모들’을 주제로 강연한 오승욱 감독은 “2019년 한중 양국의 생각을 집약할 수 있는 영화들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특색으로 “주인공이 행동하는 모든 시간을 연출자의 독특한 시각으로 가려 뽑는” 것이 기본 중 기본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등장인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지리적 환경인데 중국 단편영화를 보면서 미처 몰랐던 중국 도시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점도 주목할 만했다”고 말했다. 장이머우 감독의 <붉은 수수밭>(1988)을 처음 보고 느꼈던 감흥에 대해 언급한 오승욱 감독은 “친링 감독의 <안개마을>이 대단한 로케이션이었다”고 전하면서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괴기한 마을의 분위기를 담을 수 있는 로케이션을 찾아낸 감독의 집요함에 박수를 보냈다. 그는 또 한국 단편영화들의 주요한 공통 정서로 “분노의 표출”을 꼽았는데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 앞에서 절망하는 청년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며 한국과 중국 감독들이 바라보는 세계의 정서를 비교하기도 했다.
단편영화와 장편영화의 차이에 대해 강연한 자오톈위 감독은 “장편영화의 장점을 부각시키려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조언했고, “단편영화는 독립성을 더욱 강하게 지킬 수 있으니 혁신과 자아를 발견하고 최대한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데뷔작보다 두 번째, 세 번째 영화가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데뷔작은 일단 만들라”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올해 영화제 프로그램의 또 다른 토크 행사에서는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레오>의 이덕찬 감독과 제18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안녕, 부시맨>의 김용천 감독과 중국 관객이 영화를 관람하고 대화하는 시간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