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잘하는 방법은? 사실과 허구를 섞을 것. 흥미진진한 ‘썰’ 속에서 아는 사실을 발견하면 홀딱 넘어가기 쉽다. ‘팩션’이라 불리는 장르의 힘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흥미진진한 두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마가파이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홍콩>은 1936년부터 7년여 동안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소설. 홍콩 완차이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51살에 쓴 첫 장편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홍콩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식민과 전쟁의 역사, 흑사회 뒷이야기를 남자와 남자 사이의 섹스와 상승욕구를 중심으로 그려냈다. “남의 고통과 쾌락 사이에서 살 길”을 찾는 사람들, “돈을 잃는 고통은 또 다른 이름의 쾌락”임을 발견한 사람들, 매춘과 마약, 쌀이 함께 밀거래되던 시기의 이야기. 어디에서나 그렇듯 그 시기의 홍콩에서도 여자들의 비명은 남자들의 돈이 되었다. 지금의 홍콩을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시함은 물론이다. 2017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대상과 홍콩도서상을 수상했으며, 두기봉 감독이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워낙 방대한 서사라 한편의 영화로 가능할지 기대 반 근심 반이다.
김영글의 <모나미 153 연대기>는 재출간된 책이다. 2010년에 첫 출간, 이후 오랫동안 품절되었다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손바닥만 한 이 책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문구용품인 모나미 153 볼펜을 주인공으로 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상상을 펼쳐나간다. 1964년 3월 20일 왕자화학공업사에서 첫장이 시작된다. 합병제안을 거절하고 폐업을 앞둔 회사의 쓸쓸한 분위기, 그리고 그가 만든 국내 최초 볼펜인 ‘왕자볼펜’. 곧 그 이름은 ‘모나미 153 볼펜’으로 바뀌고…. 군데군데 사진자료들이 충실한 캡션과 함께 실린 가운데 볼펜과 무슨 상관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와 명백한 볼펜 이야기가 뒤섞여 흐른다. “이윽고 볼펜같은 사물을 곁에 두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나미 153 볼펜이야말로 도청장치를 숨길 수 있는 최고의 공간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은 어느 집, 어느 기관에나 한두 자루씩 있고, 늘 우리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굴러다니는 물건이면서, 우리가 밤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무엇을 받아쓰는지, 소설의 어느 구절에 밑줄을 긋는지, 누구의 이름을 그토록 잊지 못해 메모지에 수십번 되풀이해 적고 있는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스파이적 사물이 아닌가?” 읽으면 읽을수록 그럴듯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