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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람호> 제시 창 취이샨 감독 - 다큐멘터리의 현실과 극영화는 한끗 차이
김현수 사진 오계옥 2020-03-12

제시 창 취이샨 감독은 홍콩의 농촌을 배경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회한의 정서를 접목해 공간과 사람에 관한 영화를 일관되게 만들어왔다. 여성감독으로서 그녀가 내놓은 작품들은 여성의 성장과 홍콩인으로서의 정체성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해낸다. <대람호>(2011)는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 올해 서독제에 초청되어 한국을 찾은 그는 신작 영화가 소개된 책자를 조심스레 내밀며 “여성을 주제로 한, 내가 만든 첫 번째 상업영화”라고 소개했다. <대람호>를 다시 본다는 것은 급변하는 홍콩 사회를 통해 한 여성의 고뇌와 삶에 주목한다는 것일 테다.

-<대람호>는 당시에 홍콩의 자연과 전통문화에 대한 헌사라고 칭찬받았다. 어떻게 기획하게 된 영화인가.

=독립 단편영화를 만들던 시절부터 중국이나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종종 만들었다. <대람호>는 나의 고향과 실제 경험을 토대로 홍콩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전에 만든 단편다큐멘터리 <강 위로 흐르는 빛>(2009)은 변해가는 한 마을의 풍경에 주목해 만들기도 했는데, 평소에 사라져가는 고향에 관심이 많았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홍콩의 사이쿵섬은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 곁으로 돌아온 주인공 청과아픈 과거를 지닌 사이쿵 주민 람의 고향이다. 이 장소에 어떤 의미를 두고 만들었나.

=베이징 영화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도시 풍경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 같은 곳엘 가면 뭔가 세상이 다 똑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더라. 오랜만에 내가 살던 사이쿵섬에 가보니 바다와 논밭이 함께 있는 고향 풍경이 도시와는 달라 보였다.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대람호’는 후회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곳처럼 보인다. 과거의 잘못을 묻어두는 곳? 어떤 의미를 생각하고 만들었나.

=어릴 때만 해도 대람호가 거대한 호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곳은 호수가 아닌 하천의 일부였고 거대한 공간은 더더욱 아니었다. 내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는 것, 그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고 시작했다.

-극영화 연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과거를 회상하는 현지 노인들의 실제 인터뷰 영상을 삽입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까지는 이들의 인터뷰가 실제가 아니라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일부처럼 삽입된 재미있는 장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극중 엄마를 포함해 4명의 노인들은 전문 배우도 아닌 것 같다.

=다큐멘터리의 현실과 극영화는 한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청의 직업이 연극배우라는 점에 착안, 마을 사람들 각자 자신의 히스토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기 위한 장치였다. 실제 배우들의 인터뷰 장면 중에는 진짜 경험담과 대본상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데뷔작인 <연인노상>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됐었다. 홍콩인이 바라보는 중국에 대한 시선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단편영화로 제작하려다가 장편으로 확장된 작품인데 내가 베이징에서 생활할 때 홍콩 사람들의 머릿속에 막연하게 선입견처럼 자리 잡혀 있는 베이징의 풍경에 대해 다루고 싶어 시작한 영화다.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홍콩 사람들의 조국을 향한 상상과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된 연인의 변화를 접목한 영화다.

-도시와 농촌의 대비, 공간에 관한 관심이 느껴진다. 최근에 완성한 신작 <더 레이디 임프로퍼>는 어떤 영화인가.

=내가 홍콩에서 찍은 첫 번째 상업영화다. 여자가 말하는 여자의 성에 대한 인식에 관한 영화다. 지금에야 성에 관련한 문화가 사회적으로 많이 개방됐다 말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음지에 가려진 측면이 많다. 한 여자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지를 묻는 영화다. 다음에는 중년 여성이 자신의 삶을 서서히 찾아가는 이야기도 만들고 싶다. 물론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꾸준히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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