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기억할 만한 지나침>은 한 생명의 눈동자를 비춘 영상과 시를 읊는 음성으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다. 영화 자체가 한편의 흑백 영상시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면은 대상을 바꿔가며 오래도록 하나의 풍경 혹은 생명이 가만히 있거나, 흔들리거나, 흘러가버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그러던 카메라가 따라가는 한 사람은 시인 김(이헌주). 동전을 세고 있는 남편을 향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돼?”라고 소리치는 그는 영상시가 쓰이는 중간중간 계속해서 타인과의 만남에 던져진다. 그가 함께 일했던 교사, 탈락한 공모전을 주최했던 출판사 직원, 밀린 월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과 말을 섞는 장면은 번번이 그가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늘 통보와 독촉을 받는 쪽이 되어버리고 만다. 유일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상대는 말없이 사라져버린 남편을 찾다 우연히 만난 강아지 흰돌(몽돌). 저수지에 버려졌던 흰돌을 씻겨주고 먹여줬지만 동물병원 의사는 흰돌이 많이 아프다고 전하고, 아픈 김의 아버지로부터도 연락이 오고야 만다. 고독의 한가운데서 홀로 앓는 인물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영화는 그 끝에서 조심스럽게 한 줄기 빛과 색을 내보인다. 그 온기는 인물이 지금껏 무엇으로 버텨왔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위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