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때,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아동, 청소년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뉴스가 전세계를 뒤덮었다. 10대를 주 독자층으로 하는 판타지 시리즈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해리 포터> 신간은 출간일이 정해지면 뉴스로 보도되었다.
그 <해리 포터> 시리즈가 끝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 전권이 다시 출간되고 있는데, 일러스트를 맡은 짐 케이는 영국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 수여하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의 수상자. 케이는 누구에게나 이름만으로 떠올릴 수 있는 영화 속 배역들의 이미지와 일러스트 에디션의 차별화를 위해 자신이 머릿속으로 떠올린 세 주인공 해리, 론, 헤르미온느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어린이들을 찾았다고 한다. 판타지의 무대가 되는 주요 건물들 역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결과적으로는 책을 읽으며 크게 삽입된 일러스트를 함께 보는 일은 즐겁다. 호그와트의 열쇠지기이자 숲지기인 해그리드가 해리 포터가 살고 있는 집에 와서 이모부의 폭정으로부터 해리 포터를 구해내고 말을 걸 때, 털북숭이인 거구의 남자가 마치 은퇴한 해적처럼 한 페이지 가득 이쪽을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그려져 있을 때, 아마도 이 소설을 처음 읽는 독자라면 무섭다고 느낄 테고, 이미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반갑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해그리드가 ‘그 말’을 할 때. “하지만 엄마 아빠에 대해서는 알 거 아니냐. 그러니까, 유명한 분들이잖아. 너도 그렇고”라고 하는 순간의 충격.
책 판형이 꽤 크다. 226x267mm. 빈말로라도 들고 다니며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큰 판형이라 그림을 즐기기 좋다. 영화의 주인공들과 원작 소설 내용으로 상상한 주인공들, 그리고 짐 케이의 일러스트를 비교하며 읽어보시길. <해리포터> 시리즈 20주년을 맞아 개정판도 새로 만날 수 있다.
9와 4분의 3번 승강장
해리는 그쪽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9번과 10번 승강장으로 가면서 해리를 떠밀었다. 해리는 좀더 빨리 걸었다. 벽을 들이받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낭패겠지. 그는 짐수레에 몸을 기댄 채 무게를 실어 달리기 시작했다. 벽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짐수레가 통제를 벗어났다. 이제 30센티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와 있었다. 해리는 부딪히리라 생각하고 눈을 감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눈을 떴다.(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