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저기가 아니고 여기 이런 환경에 살고 있을까?”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본, 그리고 세상 경험이 쌓일수록 대답하기 어렵다는 데 난처했던 경험이 있는 질문일 것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테오도르 준 박에게도 어느 날 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이 떠올랐다.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자 하는 단계에서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로 질문의 방향을 옮기면서 의사가 되려던 청년은 스님이 되었다.
한국의 전통적인 참선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쓰인 책. 저자 테오도르 준 박은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학사를, 뉴욕대에서 심리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한국에 와 송담 스님의 제자로 1990년에 인천 용화사에서 출가했다. 어떻게 승려가 되었는지, 참선의 기본은 무엇인지, 참선의 치유력은 무엇인지, 참선 수행을 통해 개인적 위기와 변화의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인지, 나아가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여는 데 참선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다룬다. 꼭 순서대로 책을 읽어달라는 저자의 당부를 따라 읽어가면 ‘깨달음’이 순간의 번뜩임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어려운 곡절 끝에 다다르는 경지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 “왜 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이토록 힘든 것일까?”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이 책에서는, 쾌락에 대한 논의도 빠지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쾌락이 우리의 심신 밖에서, 즉 ‘외부에서’ 발견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쾌락과 기쁨을 그것을 촉발시키는 외부 자극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중략) 그러나 고대 가르침에 따르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런 것들은 모두 외부의 일시적인 촉매제일 뿐이고 모든 기쁨, 모든 쾌락의 진정한 원천은 절대 파괴될 수 없는 요소로서 우리 인간의 본성에 존재한다. 진정한 행복, 즉 아난다는 우리의 존재와 의식에 내재된 하나의 측면으로서 행복과 황홀경은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속상할 때는
대개는 감정이 먼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감정이 이미 작동을 시작하면 그 감정을 따라잡아 멈추라고 설득하기엔 너무 늦다. 달리 표현하면 부정적인 감정의 반응은 폭발하는 폭탄과 같다. (중략) 그렇다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선불교에서는 이렇게 답한다. “마음이 속상할 때는 몸으로 가라.”(1권 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