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자메즈의 신곡 <09년 왕십리>다. 제목만 봐도 특정 노래가 연상된다. 맞다. 이 노래는 김흥국의 <59년 왕십리>를 샘플링했다. 보도자료를 읽고 이 노래의 작업과정을 추측해본다. 자메즈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의 우정에 관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자메즈는 한양대학교 09학번이고 한양대학교는 왕십리에 있다. 09학번 왕십리가 떠올린 건 59년 왕십리다.
<59년 왕십리> 가사 중 주제에 맞는 구절(‘정 주던 사람은 모두 떠나고/ 서울 하늘 아래 나 홀로’)을 샘플링한다. 그 후 우정에 관한 랩과 후렴을 채워넣는다. 이 노래는 <59년 왕십리>의 ‘사운드’를 샘플링하진 않았다. 하지만 위화감이 거의 없다. <59년 왕십리>를 아는 이들에게 이 노래는 너무 편안하다. 아마 두 노래가 ‘브라스’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스를 중심으로 두 노래는 ‘무드’로 연결돼 있다. 참여진은 모두 준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래퍼 셋 다 비트와 화학적으로 섞이는 데 성공했다. 애초에 스킬을 뽐내는 곡은 아니다. 대신에 자메즈는 음수율에 가까운 가사 구조를 안정적인 라임과 함께 선보인다. 가사는 보편성을 띠지만 힙합적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미국 래퍼들의 단골 서사 아니던가. 또 이 노래는 샘플링과 관련해서도 한국 힙합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한국 음악을 샘플링한, 많지 않은 한국 힙합 노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