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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가톨릭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용준 신부 - 보편적 주제 속에 종교적 의미 담았다
송경원 사진 백종헌 2019-10-17

올해 6회를 맞이한 가톨릭영화제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실은 여전히 그 진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영화제다. 가톨릭영화제라는 이름에서 오는 고정관념은 이 영화제의 진면목을 알리는 데 걸림돌 중 하나다. 가톨릭영화제는 막연히 종교와 관련된 영화를 선보이는 곳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선한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영화를 택한 조용준 신부는 1회 가톨릭영화제 때부터 해마다 다른 주제를 선정해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맨손으로 영화제의 문을 연 조용준 신부는 2014년 영화제를 시작하며 세운 3가지 원칙을 여전히 지켜나가고 있다. 첫째, 신자만의 영화제가 되지 않을 것. 둘째, 종교적 소재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성을 지닐 것. 마지막으로 독립된 재정으로 무료 상영을 할 것이다. 6회를 맞아 지난 5년을 되돌아보고, 도약의 발판을 다진 가톨릭영화제의 조용준 신부의 이야기를 전한다.

-2014년에 시작해서 어느덧 6회를 맞이했다.

=올해는 장소가 CGV명동에서 충무로 대한극장으로 바뀌었다. 관성적으로 해오던 것들에 대해 점검하고 관객의 눈높이에서 영화제를 꾸려가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어찌됐건 명동 일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적합한 장소를 골랐는데 결과적으로 상영관 환경은 더 나아진 것 같다. 장편부문인 초이스와 클래식, 애니메이션, 단편경쟁, 특별전, 메이드 인 가톨릭까지 다양한 세션이 준비되어 있는데 영화 마니아보다 일반 관객이 많고 극영화와 드라마를 선호하는 분이 많아 작게나마 프로그램의 변화를 꾀했다. 올해는 특별전과 토크 프로그램을 줄이고 영화 상영에 집중하고자 한다.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간 대한극장에서 46편의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단편영화 공모를 해서 495편의 응모작 중 13편의 단편을 선정했다.

=한달간의 공모와 예심을 거쳐 13편을 뽑아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중 3편은 다큐멘터리 형식인데 소수의 작품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서 올해는 극영화 이외의 작품들을 뽑는 특별장려상 부문을 신설했다. 장편은 비경쟁으로 초청작들을 모은다. 주로 개봉작 중 올해 주제에 맞는 영화를 선정해서 상영한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의 평화’다. 올해는 공모 형식으로 초청작을 모았고 그중 2~3편을 상영하려 한다.

-가톨릭영화제의 가장 큰 특색은 아무래도 매회 주제가 있다는 점이다. 1회는 ‘관계의 회복’, 2회는 ‘가족의 재발견’, 3회는 ‘함께하는 삶’이었다. 주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해지는 건가.

=영화제가 끝나면 내년 영화제 준비를 위해 큰 방향에서 주제를 잡는다. 사전제작 지원을 하기 때문에 미리 정해야 한다. 내년 영화제의 주제는 ‘기쁨’이다. 처음에 주제를 잡아서 하기로 한 건 영화의 폭을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톨릭영화제라고 하면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만 상영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영화제 사전작업만 3, 4년 정도 했는데 여러 영화제들을 돌며 벤치마킹을 하다보니 주제가 한정되면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램 구성이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가톨릭영화제라고 하지만 좀더 보편적인 주제를 지닌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동시에 신앙인들 입장에서는 신앙적인 메시지도 필요하다. 두 가지를 함께 담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한 끝에 지금과 같은 방향성이 나왔다. 주제어는 일반적인 단어지만 그 안에서 종교적인 의미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평화’는 시의적절한 주제다.

=지난해 하반기 남북 화합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면의 평화부터 나와 너 사이 관계의 평화까지, 평화의 종류는 다양하다. 종교적으로는 신의 은총 중 하나가 기쁨과 평화다. 한국 사회 안에서 각자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다보면 시대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상호간에 존중하는 정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복음을 지향하는 성바오로수도회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영화와 종교의 접점을 찾아나가겠다는 뜻은 그때부터 세운 건가.

=정확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영화가 가진 장점이 있다. 가톨릭은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자 하지만 아직도 다소 신비하고 폐쇄적인 부분이 있다. 영화가 그 장벽을 낮출 창구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궁극적으로는 영화제가 서로가 가진 좋은 가치를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 인간의 선함을 회복시킨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접점을 넓혀가는 중이다. 영화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 영화잡지도 많이 보고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 나는 처음부터 ‘영화하는 신부’가 되고 싶어서 신학교를 갔다. 신학교를 다니면서도 평론, 제작 등 영화 관련 공부를 꾸준히 했고 미국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도 2년간 수학했다. 내 안에서 영화와 종교는 분리되지 않고 함께 가는 가치다.

-영화제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다. 그간의 변화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2013년 가톨릭영화인협회를 결성했을 땐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했다. 그때 기반을 다져준 분들이 이제 조금씩 일선에서 물러나고 다른 분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중이다. 무엇보다 영화제에 대한 인식과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예를 들면 <어른도감>(2017)의 김인선 감독이 만든 단편 <아빠의 맛>이 우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올해 장편으로 온 <이장>(2019)의 정승오 감독도 우리 단편경쟁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다. 무엇보다 몇해 전만 해도 영화제에서 가톨릭 신부를 본 적이 없다고 놀라거나 포교 활동을 하려는 거 아닌지 불편해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젠 그게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됐다. 여러 측면에서 관계성이 넓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열악한 조건에서 시작한 만큼 어려움도 적지 않았을 텐데.

=오히려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것들도 있다. 어떻게든 인연이 닿아 취지에 공감하고 도와준 분들도 많다. 예산이 1억원 남짓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무료상영, 자율기부제를 유지하는 건 소외된 분들과의 나눔과 소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일부 받고 나머지 부분은 기부를 받아 운영 중이다.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건 인적 구성이었다. 초창기엔 실제 영화제 운영의 노하우를 아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지금은 점차 안정되어가는 중이다.

-올해 상영되는 작품들을 몇편 소개해준다면.

=<위대한 선물>이라는 스페인영화가 있다. 용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올리버 시 쿠엔 찬 감독의 <스틸 휴먼>(2018)이라는 홍콩영화도 좋다. 장애가 있는 남성과 도우미 역할을 하는 여성 사이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독일영화 <올 어바웃 미>는 독일의 유명한 코미디언 한스 피터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다.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코미디를 선택하는 과정이 웃음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운다. 클래식 중에는 <돈 카밀로 인 모스크바>(1965)를 추천한다. 이념의 장벽을 인간적으로 풀어낸 코믹한 작품으로 지금 시기에 필요한 이야기다. 개막작 <천국의 문>도 꼭 보기 바란다. 2011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단편영화로 폭탄테러로 죽은 한명의 아랍인과 두 명의 이스라엘인이 천국의 문 앞에서 화해를 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신을 믿는 이들이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를 깨는 것 중 하나가 종교 갈등 아닌가.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구원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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