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회를 맞은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에선 이채로운 풍경이 연출됐다. 이 공모전의 공동 주최자인 한석규씨가 “받아주실 거죠?” 하는 애교스런 멘트와 함께 두 수상자에게 꽃다발을 건넨 것이다. 그렇다. 당선작과 가작, 올해의 두 수상자는 모두 여성들이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 온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는 지난 해의 339편 보다 크게 늘어난 413편의 시나리오가 접수됐다. 당선작은 한 여인의 사랑과 배신에 관한 기억으로 되짚어 보는 살인 사건을 그린 혼합 장르물 <마늘>이다. 가작은 시장의 매춘 여성에게 결박된 청년의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 <포이즌>이다. 두 작품 모두 ‘강한 여성’이 이끄는 ‘스릴러’이며, 작가도 여성들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의 심사는 한석규씨와 <접속> <텔미 썸딩>의 장윤현 감독, <정사> <순애보>의 이재용 감독이 함께 했다.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은 영화배우 한석규씨가 상금을 포함한 비용 전액을 부담하고, 인터넷 한계레와 <씨네21>이 공동 주최하는 공모전으로, 당선작에는 1천만원, 가작에는 500만원의 상금이 각각 주어진다. 한석규씨는 “시나리오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만큼, 작가들이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뜻으로, 영화화될 경우 4천만원을 추가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 편집자
이견 없이 <마늘>을 당선작으로
제4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평
이번 공모전에 출품된 총 413편의 시나리오의 장르적 경향은 지난 공모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멜로와 스릴러가 강세를 보였으며, 성장드라마와 유전자 혹은 복제인간 등과 관련된 SF물도 다수 눈에 띄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면이나 자살사이트, 황혼이혼 등 최근의 사회적 이슈가 되는 소재들이 새롭게 많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용적으로 유사한 작품들이 많았고, 인물들의 캐릭터나 이야기의 구성이 대부분 너무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라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우선 예심에서는 독창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기준으로 7편의 시나리오를 선정했다. <그녀와 자전거를 타다>(이란), <그린 힐>(김달현), (윤성희/김덕호), <마늘>(한귀숙), <원-Won>(이춘형), <죽어야 사는 남자>(안동균), <포이즌>(정현주) 등이다.
예심을 통과한 7편의 시나리오는 모두 작가의 재기발랄한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보였으나, 그중 몇 작품은 독창적인 상상력에 비해 이야기의 구성이 탄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더 기량을 연마하면 새로운 한국영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재능있는 작가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본심은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구성력과 대사 표현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가상의 섬을 배경으로 한 여자의 심리적 갈등과 사건을 밀도있게 그려내어 구성력이 단연 돋보였던 <마늘>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가작의 경우, 조금은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맛깔난 대사와 함께 매끄럽게 풀어낸 작가의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줘서 <포이즌>을 선택했다. 이렇게 수상작을 선정해놓고 보니, 이번에는 여성 작가들의 약진이 유난히 두드러졌던 것 같다.
곧, 막동이 공모전 2회 수상작이었던 가 영화화된다고 한다. 앞으로 막동이 공모전을 통해 배출되는 시나리오들이 더 많이 영화화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다음회에는 더욱 독창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국영화를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참신한 시나리오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이재용(영화감독)·장윤현(영화감독)▶ 제4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 발표 Girls, Be Ambitious!
▶ 당선작 <마늘> 한귀숙 인터뷰
▶ 당선작 <마늘> 시놉시스 & 시나리오
▶ 가작 <포이즌> 정현주 인터뷰
▶ 가작 <포이즌> 시놉시스 & 시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