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 여름 노래를 따로 준비한다. 이 연재에서도 여름 노래를 여러 번 다룬 것 같다. 올해 여름도 다르지 않다. 베란다에서 선풍기를 꺼낼 때 몇몇 노래를 함께 꺼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은 사실이 있다. 언젠가부터 그 리스트에 기린의 노래가 꼭 포함돼 있다는 점이 다. <SUMMER HOLiDAY(’97 in Love)> <CITY BREEZE>에 이어 올해에는 <오늘밤엔>이다. 기린과 그의 레이블 에잇볼타운의 음악을 즐겨 들어왔다면 이 노래 역시 낯설지 않다. 유누의 프로듀싱, 제이슨 리의 색소폰, 후디의 코러스, 심지어 김건모를 인용한 어글리덕의 랩 가사까지 모두 기린이라는 세계 속으로 수렴한다. 공식은 비슷하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아, 박재범이 함께했다는 점도 놓쳐선 안 된다. 둘의 작업이 벌써 두 번째다. 노래를 듣다 “낮엔 얘기 못했던 쓸데없는 말들 하려고”라는 가사에 꽂혀 기린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이런 답이 돌아왔다. “네모 안에 사람을 그렸는데 전신이 다 나오게 그리지 않고 몸의 일부분만 담는다는 느낌이랄까요? 그럼 상상하게 되잖아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궁금해지는 거죠.” 여름이라고 방방 뛰고 달리는 뻔한 느낌이 아니라서 오히려 좋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기린은 이 노래의 정확한 사용설명서를 내게 쥐어줬다. “준비 엄청 해서 나가는 거 말고, 약간 들뜬 마음으로 근처에서 편하게 즐기는 무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이 노래를 파티가는 길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두근두근, 뭔가 기대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