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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장영남 - 늘 새로운 자극을 기다린다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19-08-20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라게 하는 호러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양면적인 모습을 들추면서 공포를 건드린다." 배우 장영남이 표현한 <변신>의 매력은 정확했다. 빙의가 아닌, 직접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악마의 대사는 가족들의 신뢰를 뒤흔들 만큼 교묘하고 음습하다. 장영남은 눈앞의 가족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을 수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도 자녀를 지키려는 모성을 지닌 명주를 연기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고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집중했다”는 배우의 말 속에는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내이기 전에 한 사람의 중년 여성인 캐릭터를 향한 단단한 존중이 서려 있었다.

-<헨젤과 그레텔>(2007), <불신지옥>(2009) 이후 오랜만에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호러영화에 성동일, 배성우 배우를 캐스팅한 것이 새롭다면, 장영남 배우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실제론 아닌데 사람들은 내가 호러영화를 많이 찍은 줄 안다. 약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있다고 해야 하나. 목소리 톤이나 이미지가 약간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눈도 부리부리하고. (웃음) 호러에 잘 어울린다, 이미 많이 한 것 같다, 그런 소리를 종종 듣는다.

-<변신> 예고편을 보면 명주가 식탁 앞에서 가족을 위협적으로 대하는 장면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 시나리오상에서 굉장히 강렬한 장면 중 하나라 미리 공개한 게 의외더라.

=이미 예고편에서 다 보여준 게 아닐까 싶어서 걱정된다. (웃음) 명주 캐릭터의 임팩트 있는 장면을 먼저 살짝 보여준 셈인데, 그 말인즉 본편에는 다른 아까운 장면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 아닐까? <변신>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느 대목에서 강한 한방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많이 봐왔던 테두리 안에 있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관객으로서 기꺼이 속게 되는 지점들이 훌륭했다. 좋은 드라마들은 다 그런 것 같다. 알면서도 웃기고, 슬프고, 무섭고. 보편이라는 단어와도 맺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의 평범한 가정에 침투한 악마는 어떤 형상과 특성을 가질지 상상이 잘 안 된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존재를 연기하는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막막했지만 원래 연기란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나. 보시는 분들마다 관점과 견해도 다 다르고.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나쁘고 사악한 모습들에서부터 악마를 찾아간 것 같다. 내가 가장 극단적이고 괴팍한 순간이 언제일까 고민했다. 우리 안의, 가족 안의 악마성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는 <변신>의 주제와도 연결되는 연기 과정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일상에서 직접 보거나 느끼지 못했던 것을 연기한다는 점에서 상상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배우로서 새로운 자극을 받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배성우 배우와는 이전에 <공정사회>(2012)에서 부부로 출연한 적 있고, 성동일 배우와는 <희생부활자>(2015)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성동일 선배님은 <희생부활자>에서 같이 붙는 장면이 없어서 <변신> 이전에 한번도 제대로 뵌 적이 없었다. 늘 작품으로 접하면서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고, 워낙 재밌고 노련하게 현장을 이끄는 면모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한번쯤 꼭 만나보고 싶었다. 배성우 배우는 현장에서 그냥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힘이 됐다. 안 그럴 것 같은데 내가 은근히 낯을 가린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좋아진거다. 그래서 현장에 조금이라도 아는 얼굴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무장해제가 된다.

-최근 웹드라마 <인서울-내가 독립하는 유일한 방법>에서 고3 수험생 엄마를 연기했다. 웹드라마 출연은 처음이다.

=흥미로워서 한번 도전해봤다. 아직 웹드라마라고 하면 신인배우들이 주로 참여하고 우리 세대 배우들은 잘 나오지 않잖나. 10~20대의 젊은 시청자들을 만나보고 싶었던 게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2004)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지 15년이 흘렀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틀어 작품 수만 67편이다.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있다고 느끼나.

=욕심쟁이라 여전히 어떤 역할이든 다 해보고 싶다. 67편이라는 숫자는… 사실 굳이 그만큼 안 해도 되는 건데, 난 이왕이면 많이 하고 싶어서 그동안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다. 일하는 게 좋다. 신스틸러라는 말이 있듯이 잠깐이라도 내가 무언가를 표현하면서 다른 인물이 될 수 있다면 내게는 그 행위 자체가 큰 에너지이자 원동력이 된다. 그다지 특별하거나 멋진 구석이 없어도 새로운 인물이나 작품이 들어오면 일단 99.9%는 궁금해진다. 이렇게 잘 쉬지 못하는 성격이 조금 걱정되기는 한다. 다행인 건 늦게 만난 아들이 그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일하면서 애를 키우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이젠 그마저도 익숙해졌다.

-이용주 감독의 <서복> 촬영을 앞두고 있다.

=내일 2회차로 촬영나간다. 내 촬영 분량은 대부분 세트여서 9월에 몰려 있다. 연구소 소장을 연기하는데, 상업영화임에도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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