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어디로 가요?” 두명 이상이 모이면 휴가 계획이 대화 소재로 언급되는 시기다. 과거에는 내가 떠날 여행지에 대한 책을 몇권 사는 것부터 여행 준비가 시작됐다. 비행기표만 끊어놓고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가가 정리한 정보들은 유용한 가이드가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여행 정보는 책보다 SNS나 블로그로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발간 후 한해만 지나도 해당 여행지에 대한 책 속 정보가 유효하지 않고, 책보다는 인터넷에서 취하는 정보가 최신의 현지 상황을 업데이트해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가방에 에세이형 여행책과 정보성 여행책을 2권은 끼워 넣어야 안심이 되는 비효율적 여행자다. 비자 발급법부터 현지 교통편과 계절에 따른 날씨까지 책으로 예습해야만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24개국, 54개 도시를 여행한 자매의 여행기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은 블로그의 여행기처럼 쉽게 읽히는 책이다. 해당 국가와 도시에 대한 세세한 정보보다는 현지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여행지에서 생긴 돌발적인 사건과 그로 인해 널을 뛰는 여행자의 ‘기분’이 책 전반을 이루고 있다. 러시아에 7일 이상 머물 시에는 첫 숙소에 거주지 등록을 해야 한다거나 미국 여행을 위해서는 이스타 비자가 필요하다는 등의 사소한 팁도 가끔 등장하지만 워낙 많은 국가와 도시를 담으려다 보니 정보는 매우 핵심적인 것만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여행책과 다른 점이라면 여행자가 자매라는 사실이다. 도시 여행의 마지막은 항상 자매의 대화로 마무리된다. 여행을 계획하고 이끄는 언니와 마냥 들떠서 수다를 늘어놓는 동생의 대화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해외여행이 더이상 특수한 경험이 아닌 지금, 자매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 싸우고 화해하고, 서로 응원하며 걸어다닌 여행기는 이중 어느 나라로든 떠나고 싶게 만든다.
여행 이후에
세계여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자 나를 둘러싼 외부적인 요인은 여전했다.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 그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내가 살고있는 ‘나의 인생이 얼마나 행복해졌느냐’ 하는 내부적인 요인을 생각해본다면 굉장한 변화가 있다. 엄마가 요리해주시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따뜻하고 깨끗한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음에 감사하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나 자신으로 변화된 것이다.(4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