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 피해 사실을 증언한 뒤, 줄곧 투사로 살아온 김복동 선생의 생애 마지막 풍경을 담은 다큐멘터리 <김복동>. 김복동 선생의 삶을 따라가노라면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라는 말보다 인권운동가, 투쟁가라는 말이 더 적절한 수식어임을 알게 된다. 그의 싸움은 머리가 아닌 마음과 몸이 반응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항암치료 중에도 속이 아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던 선생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증언이라는 이름의 투쟁을 이어간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주전장>(2018)이 ‘일본’이라는 대명사에 가려진 인물의 면면을 까발리는 영화라면, <김복동>은 피해 당사자를 주체로 삼은 이야기가 여전히 필요함을 말하는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사과하지 않고 사과의 효과만 능구렁이처럼 챙기려는 일본측의 태도만큼이나, 피해자에 대한 고려 없이 일본에 영합해 화해와 치유를 논하는 한국측의 대응에 분노하게 된다. 무엇보다 영화는 소녀상을 전세계에 세워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증언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망발 속에 할머니들이 끝내 사과를 받아내지 못하고 눈을 감을 때, 누군가가 남아서 똑바로 보고 있음을 소녀상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녀상은 단지 할머니들의 과거 재현물이 아니라 기억하는 미래의 얼굴이 된다. 뉴스타파 송원근 PD의 작품으로, 배우 한지민이 내레이션을, 가수 윤미래가 주제곡을 불러 연대의 마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