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후 몇년이 지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한 백수 용남(조정석)의 하루 일과는 낮에는 철봉 운동, 저녁에는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결혼도 취직도 하지 못한 청년 백수의 처지가 더욱 눈치 보이는 어머니 칠순 잔칫날, 용남은 대학교 산악 동아리 시절 짝사랑했던 의주(윤아)를 우연히 다시 만난다. 손님과 컨벤션홀 부점장의 관계로 재회한 어색함도 잠시, 도시를 뒤덮은 의문의 가스 테러가 이들이 있는 건물을 습격하면서 파티는 아수라장이 된다. 용남과 의주는 대학 시절 배운 응급구조 지식과 클라이밍 기술을 이용해 다른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고, 중량 초과로 헬기를 타지 못하자 도심을 탈출하기 위해 죽어라 달리고, 벽을 오르고, 빌딩 사이를 뛰어넘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청춘의 처지가 불투명한 가스가 자욱한 재난 상황으로, 그들의 분투가 중력을 거스르는 액션으로 은유되는 세팅이 간명하고 신선하다. 캐릭터 소개에 군더더기를 덜고 빠르게 본론으로 진입하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한국적 공간과 소품을 탈출 과정에 이용해 전 연령층의 공감을 이끄는 아이디어 역시 대중영화로서 큰 강점. 무엇보다 <엑시트>는 물량 공세와 과장된 액션 없이도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평균 이상의 운동신경을 가졌을 뿐인 두 주인공의 액션은 일견 소박해 보이지만, 캐릭터가 빚어낸 긴장감은 최근 어떤 한국영화가 보여준 결과물보다도 준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