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독일 사회 전체에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일어난다. 베를린 한복판에서 벌어진 명예살인이 그것이다. 영화 <어 레귤러 우먼>(2019)은 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내 이름은 하툰 시뤼퀴. 그냥 한 여자일 뿐이다. 이 여자가 나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게 나다.” 영화는 피해여성 하툰 시뤼퀴의 목소리와 시점으로 시작한다. 목소리는 하툰의 23년 짧은 생애를 르포 방식으로 전한다. 베를린에서 인문계 학교 8학년을 다니던 하툰은 1998년 터키에 있는 사촌과 강제로 결혼한다.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혼자 베를린으로 돌아오지만 좁은 공간에서 식구들이 함께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 부모 집에서 감금 생활을 하다시피 하던 그녀는 부모의 반대를 뒤로하고 집을 나온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싱글맘을 위한 시설에 들어가 아기를 키우고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업을 이어간다. 하지만 가족은 독립적 삶을 꾸려가는 하툰에게 냉담하고 적대적이다. 끝까지 가족과의 화해를 시도했던 그녀는 결국 남동생이 쏜 총에 죽는다. 전기시설관리자 직업교육을 받던 그녀가 졸업하기 며칠 전이었다.
독일 제1공영방송 시사토크쇼 진행자로 잘 알려진 산드라 마이시베르거가 영화를 제작하고, 셰리 호만이 감독했다. 셰리 호만의 전작들, 여성 할례를 고발하는 영화 <데저트 플라워>(2009)나 오스트리아 어린이 유괴 감금 사건을 다룬 <3096일>(2013)처럼, <어 레귤러 우먼> 역시 용감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