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기 감방에 홀로 앉아” 기억을 더듬는 사람이 있다. 1년 전 상황으로 돌아가면 ‘맘동네’라는 육아 사이트의 ‘5월맘’ 모임에서 만나 친해진, 브루클린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모임의 마스코트와 같은 밝은 성격의 프랜시, ‘완벽한 여성’인 콜레트, 영국 출신으로 뭔가 수상쩍은 데가 있는 넬, 그리고 종종 침울한 상태에 빠지곤 하는 싱글맘 위니. 어느 무더운 밤, 그들은 아이를 맡기고 밖에서 모여 어울리기로 한다. 위니는 불안한 마음에 계속 핸드폰의 CCTV 앱을 통해 집의 아이를 살펴보는데, 오늘 하루는 편히 즐기라며 다른 엄마가 앱을 지워버린다. 그리고 그날 밤 위니의 아이가 실종된다. 오랫동안 논픽션 저자로 활동했던 에이미 몰로이의 첫 소설 <퍼펙트 마더> 이야기다.
그저 같은 동네에 살며 같은 시기에 출산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가까워지곤 한다. 한국에서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를 한다는 것은 각 단계에 맞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활동한다는 말과 같을 때가 많다. 그 모든 과정에 여성과 남성 모두가 필요하지만 이런 카페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데, 실제 가사와 육아노동을 누가 하는지 확연히 기운 성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퍼펙트 마더>는 <걸 온 더 트레인>과 <나를 찾아줘>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처럼 여성작가가 쓰고 여성주인공을 내세운 가정 스릴러, 심리 스릴러의 범주에 드는 작품으로, 그런 작품들처럼 빠르게 영화화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이런 소설들은 여성의 삶과 관련된 모든 폭력적 요소를 스릴러의 설정으로 사용하는데, 부모와 배우자, 애인에 의한 가정폭력이 야기한 파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퍼펙트 마더>는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에게 특히 친숙할 수밖에 없는 맘카페에서 만난 여성들과 가장 끔찍한 악몽일 아기의 실종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쳐간다. 아이를 찾을 수 있는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육아와 관련해 어떤 짐을 지우는지다. 사람들은 모두 육아에 대해 말을 한마디씩 얹으려 들고, 잘못되는 건 다 엄마 탓이 된다. 하루 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사람은 비슷한 월령의 아이를 둔 엄마들뿐이다. 임신이 아니라면 마주칠 일 없었을 여성들이 가까워진다. 필요한 지원은 하지 않으면서도(미국에서는 출산휴가가 무급이라 소설 속 여성들은 북유럽을 부러워한다)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해 쉽게 말해버리는 사람들을 향한 생생한 분노야말로 <퍼펙트 마더>가 가진 분명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