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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홍콩영화⑤] <초연> 배우 바이바이허 -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19-07-24

우리에게 <이별계약>(2013), <꺼져버려 종양군>(2015), <몬스터 헌터>(2015) 등의 중국영화로 유명한 대륙 출신 배우 바이바이허가 홍콩 사람이 됐다. 광둥어로 말하고 홍콩 센트럴 거리를 걸어다니는 바이바이허라니, 무척 낯설다. 영화 <초연>에서 그가 맡은 푸사는 홍콩 재벌의 딸이다. 수령(정수문)과 그의 무대를 12살 때부터 지켜봐온 친구이자 팬 같은 존재다. 푸사는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한 수령에게 “당신이 무대를 떠나지 않고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따뜻하게 감싸안는다. 이 영화에 출연한 주연배우 중에서 유일한 대륙 출신인 그가 홍콩영화에 처음 출연한 사연은 무엇일까.

-홍콩영화에 출연해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금붕 감독님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평소 그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는데 알다시피 감독님이 오랫동안 연출을 하지 않아 늘 아쉬웠다. 그러다가 감독님이 여성 이야기를 찍을 거라고 알려왔다. 마침 일정도 맞아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땠나.

=살면서 큰일을 겪은 여성들이 한 무대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야기다. 전작이 그랬듯이 이번 영화 또한 담담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오히려 그게 극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감독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푸사는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푸사는 끈기 있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실제 당신의 성격과 닮았나.

=나와 닮은 구석이 별로 없다. 푸사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물론 수령, 옥문 같은 다른 등장인물에 비하면 어리지만,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다. 생각도, 행동도 심플해 겉으로는 큰 고민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건 자신을 개척하고 보호하기 위한 태도일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주연을 맡았던 전작에 비해 출연 분량이 많지 않은 캐릭터인데.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면 물리적인 비중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매 작품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 예상하거나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거다!’ 싶으면 오래 고민하지 않고 결정하는 편이다. 푸사가 그런 역할이었다.

-영화에서 수령을 챙기는 모습이 든든하고 멋지더라.

=베이징 중앙희극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하던 시절부터 정수문, 양영기의 열렬한 팬이었고, 그들과 함께 작업할 날만 기다렸다. 특히 정수문은 내게 우상 같은 존재다. 이번 영화에서 함께 대화하는 신이 많았다. 내 대사를 할 때마다 정수문을 유심히 쳐다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내 광둥어 발음이 나쁘지 않구나’ 하고 짐작했다.(웃음) 하지만 그때마다 정수문이 그렇게 발음하면 홍콩 사람들이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다고 일일이 지적하고 챙겨주었다. (웃음) 어쨌거나 영화를 본 관객은 푸사와 수령의 관계가 동성애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지만, 나는 그걸 염두에 두진 않았다. 수령에 대한 푸사의 감정은 연대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광둥어를 구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나.

=성조가 4개인 보통화와 달리 광둥어는 성조가 무려 9개에 이르러 촬영 수개월 전부터 철저한 연습이 필요했다. 직접 구사해보니 광둥어가 너무너무 어려웠다. 배우로서 낯선 언어를 구사하는 건 평소보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일이었다. 촬영이 끝난 뒤 후시녹음을 하기까지 광둥어 지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발음을 세세하게 교정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말로만 듣던 홍콩영화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는데 그간 작업해오던 중국영화의 시스템과 큰 차이는 느끼지 못했다. 다만 이 영화는 관금붕 감독님이 홍콩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물인 대회당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이지 않나.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홍콩에서는 ‘대회당을 없애야 한다’, ‘영원히 간직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대회당에 얽힌 추억이 많은 감독님으로선 그 건물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평소에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이 없었던 사회문제인데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됐다.

-최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을 주제로 베이징에서 강의한 적 있다. 여성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경험들을 하고 있다. 일상이든 일이든 여성으로서 내가 겪은 경험들이 알게 모르게 연기하는 데 반영이 되는 것 같다. 어떤 삶을 살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철저하게 계획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살면서 꼭 필요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실천하려고 한다. 연기에 대한 태도나 자세 또한 신인 시절과 다를 바 없다. 작품과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무슨 역할이든지 도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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