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그만두라고(최소한 크게 줄여보라고), 종이책을 더 읽으라고, ‘진짜 정보’를 찾는데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바비 더피의 <팩트의 감각>도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인지의 위험’으로, 건강, 섹스, 돈, 이민과 종교, 범죄와 안전, 선거, 정치, 온라인 세계, 전 지구적 이슈 등으로 토픽을 나누어 사람들의 ‘(사실에 근거했다고 생각하는)인지’와 ‘사실’이 어떻게 다른지,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살핀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기존 신념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치우치고, 부정적인 정보에 더 관심을 기울이며, 쉽게 고정관념을 갖고, 다수를 모방하기 좋아한다”. SNS 알고리즘은 이런 인지 경향성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되어 있다.
<팩트의 감각>에 실린 흥미로운 조사 결과 중 하나는 ‘자국민 가운데 전반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40개국에서 이루어진 조사 결과, 가장 불행한 국가는 러시아(73%)였고 가장 행복한 국가는 스웨덴(95%)이었는데 어느 쪽도 타인의 행복도는 더 낮게 추측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은 타인의 행복을 ‘가장’ 과소평가한 나라다. 이 책의 분석으로는 조사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 이루어져서라지만, 타인의 행복을 과소평가하는 전 지구적 경향성이 “타인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만적 우월감 때문이라는 게 흥미롭다. 우리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신중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거짓을 믿는 이유를 외부적 요인(미디어가 정치를 호도한다는 주장)에만 미룰 일이 아니라 인간 내적인 인지적 문제들에 있음을 이 책은 지적한다. “대부분의 문제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전제해라”(실제로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책 말미의 10가지 지침은 ‘팩트 감각’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위안이 되는 사실. 인지 문제에 대한 전문가라 해도 잘못 판단하는 일을 0으로 만들 순 없다. 다만 판단이 틀린 방향으로 기울 때 그것을 스스로 깨닫고 중심을 잡는 법을 더 잘 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