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스크림 회사의 광고가 아동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가 제기되고 하루 만에 해당 광고는 삭제됐지만 논란은 그보다 오래갔다. 삭제하고 올린 사과문에는 “일반적인 어린이 모델 수준의 메이크업을 했고, 평소 활동했던 아동복 브랜드 의상을 착용했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영상 노출을 중단”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한 게 없지만 네가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해’라는 조건부 사과의 정석 같은 사과문이었다.
논란의 핵심은 사과문에 언급된 의상과 화장 그 자체라기보다는 배치 방식에 있었다. 그러니까 어깨가 일부 드러난 프릴 달린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분홍 톤으로 맞춘 화장을 한 소녀를 보여주고 그다음 장면으로 립스틱을 바른 핑크색 입술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한 것은 과연 포르노그래피를 인용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을까? 이에 대해 최소한 광고 제작자는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몰랐을 리 없다. 광고가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포르노그래피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성적인 암시를 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1970년대 중반부터 포르노 잡지들은 구강성교를 새로운 성적 판타지로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클로즈업한 이미지를 성기 노출을 대체할 수 있는 이미지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런 레퍼런스들은 감쪽같이 감춰지고 광고가 가진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모든 것을 지나치게 성적으로 해석하려 하며 강박적이고 권위적이며 위선적이라고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 광고를 ‘소아성애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소아성애의 측정방법 중 성인과 아이, 여성과 남성, 풍경과 인물 등의 사진슬라이드를 보여주고 눈동자의 반응시간을 기록하는 방법이 있다. 이때 인물들은 모두 노출이 없는 일상적인 의복을 착용하고 정자세를 한 채 편안하게 전면을 응시하고 있다. 소아성애라는 진단을 받은 아동 성범죄자들은 그렇지 않은 아동 성범죄자들에 비해 아동의 사진에 눈동자가 머무는 시간이 2배 가까이 된다. 이 말은 소아성애자들은 아동이 성인처럼 꾸밀 때가 아니라 아동처럼 보일 때 성적으로 반응한다는 의미이고 바로 그 점에서 비정상적이라고 분류된다는 의미다. 일부 소아성애자들은 자신의 이런 욕망으로 인해 아이를 해치고 자신의 인생을 절망적으로 만들 것을 두려워해 화학적 거세 등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과연 이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며 자신의 욕망을 저주하는 소아성애자의 형상이 있던가. 우리 사회는 오히려 14살 미만을 접대 장소에 ‘특별주문’하고 ‘영계를 선호한다’라는 소리를 공공연하게 하며 성인 여성이 아이처럼 굴 때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반응하는 사회가 아닌가. 나는 우리 사회가 과연 소아성애를 금기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